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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뒤늦은 '친황 만들기' … '2016년 친박공천' 재연

통합당 최고위, 공관위 결정 줄줄이 뒤집고 친황 공천

한국당 비례공천도 '손질' … "총선 뒤 대선행보 고려"

등록 : 2020-03-26 10:55:12

4.15 총선 후보등록(26∼27일)이 시작됐지만 보수야권의 공천 이전투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던 황교안 통합당 대표측이 뒤늦게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공관위가 만든 공천안을 뒤집고 친황인사들을 밀어넣고 있다. 총선 이후 대선행보를 의식한 무리수로 읽힌다. 박근혜 청와대가 친박을 무리하게 공천하다가 역풍을 맞았던 '2016년 악몽'이 친박이 친황으로 바뀌었을 뿐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공관위 인맥' 대거 축출 = 황 대표는 당초 "공관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통합당 '김형오 공관위'가 물갈이공천을 단행할 무렵까지만해도 "독립성이 보장되는 것 같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황 대표 측근들이 잇따라 낙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황 대표 주변에서 "공관위가 친황그룹을 배제하고 공관위 인맥을 밀어넣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황 대표측에서 이때부터 뒤늦게 공천에 손 대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황 대표가 이끄는 최고위원회는 서울 강남을(최 홍 후보)과 부산 북강서을(김원성 후보) 공천을 취소했다. 최·김 후보는 공관위와 직간접으로 가까운 인물로 꼽힌다. 최고위는 이들 대신에 강남을에는 황 대표 고교동문인 박 진 전 의원을, 북강서을에는 황 대표 비서실장 출신인 김도읍 의원을 공천했다.

최고위의 공천 개입은 26일 절정에 달했다. 최고위는 이날 새벽 부산 금정, 경북 경주, 경기 의왕·과천, 경기 화성을 공천을 무효화했다. 이들 지역구 역시 '공관위 인맥'이 공천 받은 곳으로 거론된다. 공관위가 이날 오후 부산 금정과 경북 경주의 공천자를 바꿔 단수공천하고 경기지역 두 곳 공천을 최고위에 일임하는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최고위는 심야회의를 거쳐 이마저 거부했다. 최고위는 부산 금정과 경북 경주를 경선으로 다시 바꿨다. 경주는 경선 대상자인 김원길 위원장이 경선을 고사하면서 공관위가 컷오프한 김석기 의원이 공천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공천파동으로 '공관위 인맥'은 또다시 축출됐다.

공관위는 이날 황 대표의 공세에 대한 맞불로 친황 민경욱 의원의 공천을 취소하려했지만, 최고위는 거부했다. 공관위가 공천을 주려한 유승민계 민현주 전 의원은 결국 낙천됐다.

황 대표측은 앞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공천안도 뒤집었다. 미래한국당 한선교 전 대표와 공병호 전 공관위원장이 공천안을 만들었지만, 통합당 영입인재들이 대거 배제되자 미래한국당 지도부를 바꾸는 무리수 끝에 공천안을 뒤집었다. 새 공천안에는 소위 '황교안키즈'로 불리는 통합당 영입인재들이 다수 포함됐다.

◆"수도권·중도표심 걱정" = 황 대표가 당초 약속했던 '독립 공관위'를 뒤집고 뒤늦게 공천에 손 댄 것은 총선 이후의 정국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황 대표는 총선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대선주자는 대선 1년 6개월 전부터 대표직을 맡을 수 없기 때문. 당권 없는 대선주자로 2022년 5월 대선까지 달리려면 자신의 계파가 튼튼히 받쳐줘야 한다는 고민을 한 것으로 읽힌다. 특히 황 대표 본인이 종로선거에서 패하거나, 통합당이 총선에서 질 경우 '황교안 책임론'이 나오면서 대선행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만큼 미리 우호세력을 만들어 버티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통합당 공관위 결정을 뒤집거나 미래한국당 공관위를 해체하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뒤늦게 친황그룹에게 공천을 줬다는 것이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청와대가 친박에게 공천을 주려고 무리수를 둔 장면과 유사하다. 당시 청와대는 박정권 후반기와 퇴임 이후에 박근혜를 지켜줄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 아래 친박 공천에 매달렸다. 친박공천 논란은 민심의 거센 역풍을 부르면서 총선 패배를 자초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27일 "황 대표가 처음에는 공천에 관심이 없는듯 하더니 뒤늦게 손 대면서 2016년 친박공천 논란을 고스란히 재연한 꼴이 됐다"며 "수도권과 중도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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