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신청서 3만건 "대출시점에 생존 달려" … 동장들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또한번의 행정혁신 이룰 것"

동주민센터를 대출 업무 지원 창구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은 소상공인들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대출이 언제 나오는지에 따라 사업을 접을지 계속할지가 결정될 판"이라는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들 숫자가 매우 많다는 증거다.

현재 소상공인 긴급자금 대출업무는 신용보증재단에서 담당한다. 서울시에는 22개 신보 지점이 있다. 하지만 몰려드는 대출 신청 건수에 비해 담당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22개 서울신보지점이 보유한 보증심사 전담인력은 86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 1월 수요 급증에 대비해 15명을 더 뽑았지만 현장 상황엔 한참 모자라다. 서울시가 금융권 경력을 지닌 300명 인력을 심사 업무에 추가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이때문이다. 한시가 급한 소상공인들에겐 지원 자금이 아무리 많이 쌓여 있어도 그림의 떡이다.

26일 오전 서울신용보증재단 마포지점에 보증 심사를 기다리는 소상공인들의 대출 신청 서류가 산처럼 쌓여있다. 사진 서울신용보증재단 제공


서울시 신보 관계자에 따르면 평소 2000통 수준이던 대출 관련 문의는 지난 2월 초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6000통 이상으로 증가했고 정부의 50조원 긴급 지원 발표가 나온 지난 주부터는 하루 평균 1만 건 이상 전화 문의가 오고 있다.

현장에선 자금 규모가 아니라 전달 속도에 긴급 지원 성패와 소상공인들 생존이 걸려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매출 급감으로 폐업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는 이들이 부지기수에 이를 만큼 골목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24일 민생금융긴급대책을 내놓으며 혁신 조치를 발표했다. 대출 실행의 최대 장애물인 서류 심사 업무를 전담할 인력 300명을 긴급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신한, 우리 등 은행과 협력해 시중 은행 지점 564개에 상담·접수 창구를 운영한다는 대안도 내놨다. 그러면서 4월 중순 이후부터는 대출 신청에서 실행까지 10일 안에 끝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선 조금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가 준비한 추가 인력은 기간제 채용 절차를 거쳐 이달초 50명, 다음달 1일 50명, 4월 6일 200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10일 이내 대출이 실현되는 건 일러야 4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하다.

동주민센터에 전담팀이 마련되면 대출 실행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현장 의견이다. 우선 대출 신청에 필요한 주요 서류 대부분이 모두 동주민센터에서 발급이 가능하다. 서울시에는 424개 동주민센터가 있다. 이들이 22개 신보 지점과 결합하면 신보 지점 1곳당 약 20개 동주민센터가 파트너십을 맺고 빠른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침 서울시는 재난기본소득 형태인 긴급 생활비 지원 업무를 위해 전체 동주민센터에 3명의 인력을 지원키로 했다. 오는 30일부터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소상공인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에선 '병 걱정하다 배 곯아 죽겠다'는 아우성이 나온다"며 "방역만큼 중요한 게 소상공인 살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숙련된 업무 능력을 갖춘 공무원 직접 투입은 채용 절차 생략, 업무 시간 단축 등 기대 효과도 크다고 입을 모은다.

방역 업무로 눈코 뜰새 없지만 소상공인 살리기에 지자체 행정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데 공감 여론이 적지 않다. 서울 은평구 한 동장은 "자치구와 주민센터가 온갖 방역 업무로 바쁜 건 사실"이라면서도 "동네 가게들이 문 닫는 일을 막기 위해 도울 일 있다면 발벗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황광선 서울 양천구 신월2동장은 "소독 작업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거지만 소상공인 지원은 눈 앞의 이웃을 살리는 일"이라며 "골목경제가 죽어가는 걸 눈 뜨고 볼 순 없지 않느냐. 나라도 서류를 들고 신보로 뛰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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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김형수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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