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PC 알고도 영장없이 임의제출

동양대 조교 김 모씨 법정서 증언

"검찰 불러주는 대로 진술서 썼다"

동양대 조교 김모씨가 검찰의 증거수집 과정이 위법했음을 입증하는 법정증언을 했다. 정경심 교수 7차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씨는 '검찰이 강사휴게실에 있던 PC를 검색하다가 정경심 교수 소유임을 알 수 있는 정황이 나왔음에도 영장없이 임의제출을 받았다'고 밝혔다. 권한이 없는 자가 타인의 PC를 임의제출 했다면 증거법상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특히 김씨는 임의제출 당시 진술서를 쓰며 '이렇게 쓰면 안될 것 같다고 항의했지만, 행정처장이 하라고 해서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썼다'고 폭로했다.

정경심 교수측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가 25일 7차공판을 마친후 기자들에게 재판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빨간아재' 영상


조국 사태의 시발점이 된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는 기초적인 증거능력마저 흔들리게 됐다.

◆개인물품·학교물품 구분해야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25일 정경심 교수 7차공판을 열었다. 동양대 행정업무처장 정 모씨와 교양학부 조교 김 모씨가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검찰이 동양대에서 정경심교수 PC를 임의제출 받을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3일 동양대를 압수수색했고, 9월 10일 동양대를 가서 압수수색 영장없이 임의제출 형식으로 컴퓨터 본체 2대를 가져왔다. 정경심 교수실 맡은 편에 있는 강사휴게실에 있던 컴퓨터 본체다. 검찰은 해당 컴퓨터가 동양대 소유라며 임의제출이 적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의 증언은 달랐다. 김씨는 "휴게실 한쪽에 놓여있던 컴퓨터 본체가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받은 학교 비품이 아니었고, 퇴직교수 것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했다"면서도 "휴게실에는 교수들이 개인 물건을 갖다놓고 수시로 가져가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9월 10일 검찰이 임의제출을 요구할 당시에는 정경심 교수 PC임을 알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검찰 '조국폴더다'라며 소리 질러 = 김씨 증언에 따르면, 강사휴게실에 있던 컴퓨터 본체를 검찰이 들고 나와 모니터를 연결해 내용을 확인을 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구동이 잘 안됐는데 구동이 되고 조금 있다가 '조국 폴더다'라고 말했다"며 "아, 그럼 이게 정경심 교수것인가 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이어 "폴더 안을 확인했더니 형법 민법 이런 게 있었다"고 말했다. 조국 교수가 사용했던 흔적이 나온 것이어서 해당 컴퓨터가 정경심 교수 소유임을 짐작할 수 있는 증거인 셈이다.

또 김씨는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행정업무처장 정 모씨가 '동양대는 삼성 데스크탑을 쓰는데, 그것은 아수스 것이라 개인 컴퓨터일 수 있다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

따라서 소유자가 명확한 컴퓨터를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등 증거수집 절차를 따라야 했다. 정 교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는 "누구 것인지 모를 때야 그렇다하더라도 조국 폴더가 나와 정교수가 쓰던 컴퓨터임을 알았을 텐데, 그렇다면 그 순간부터라도 형사소송법에 정한 압수수색 절차를 밟던가, 아니면 당사자를 오라고 해서 동의를 얻어 임의제출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조교의 동의만으로 임의제출을 받았다. 자기 것이 아니라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자에게 동의를 받은 것이라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게 정 교수측 주장이다.

◆"놓여있던 것을 보관했다고 해라" = 또한 김 조교는 '검찰이 임의제출에 동의하라고 요구하자 주인이 있어 망설였더니 처장이 협조하라고 해서 동의했다'고 폭로했다. 중요한 증언이 나오자 재판부가 직접 증인에게 확인했다. 재판부는 "그때 증인이 처장한테 '교수님 것이니까 가져가면 안돼요'라고 말했나"라고 물었다. 김씨는 "주인이 누군지 모르는데 어떻게 해요라고 하니까, (처장이) 가져가게 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더욱이 김씨는 임의제출 당시 진술서를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썼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정 교수 컴퓨터) 존재 자체만 확인했다라고 쓰려 했더니 인수인계 받았다고 쓰라고 했고, 거기 놓여있었다고 쓰려 했더니 가지고 있었다고 쓰라고 했다"며 "내가 '아' 다르고 '어'달라 거짓말이라고 했더니 (처장이 그냥) 쓰면 된다고 해서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썼다"고 말했다. 김씨가 전임자로부터 정 교수 컴퓨터를 인수인계 받아 보관하고 있던 것처럼 검찰이 꾸미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 스스로 해당 컴퓨터를 임의제출 받은 게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할 수 있음을 알고 이를 피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이는 대목이다.

◆증거입수 5개월만에 목록 알려줘 = 또 검찰은 해당 컴퓨터로부터 증거물을 추출하는 과정에 정 교수를 참여시키지도 않았다. 압수물품에서 증거를 추출과정에 소유자를 참여시키지 않으면 거기서 나온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판결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해당 컴퓨터로부터 추출한 증거목록을 즉시 알려야 하지만 이것도 지키지 않았다.

검찰은 뒤늦게 위법수집 증거라는 변호인 측의 주장이 이어지자, 컴퓨터를 가져간 5개월후인 지난 2월 11일 정 처장과 김 조교에게 증거목록을 담은 메일을 보냈다.

지난 2월 5일 공판에서 정 교수측은 해당 컴퓨터에서 나온 증거물과 관련해 "당사자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임의제출 과정이 적법하지 않아 위법수집증거"라며 강하게 주장했다. 재판부도 "증거목록을 즉시 교부하라"고 검찰을 질책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그 직후인 2월 11일 검찰이 증거목록을 보내준 것"이라며 "검찰스스로 증거수집절차에 문제가 있었음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직인대장에 없는 사례 제시도 = 한편 또 다른 증인 동양대 행정업무처장 정 모씨는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정씨는 검찰 신문에 "직인대장에 기재돼 있지 않고, 일련번호도 다르게 기재돼 있다"며 "정상적으로 발급된 표창장이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정씨는 "동양대 교직원 중 부총장 이하 보직자 6명 정도가 표창장 관련해 내부회의 한 적 있다"며 "참석자들 중에 위조라고 보는 사람도 있고, 진짜일 수도 있다는 사람도 있고 의견이 분분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측 변호인은 직인대장에 기재돼 있지 않고 비슷한 시기에 표창장을 받은 2012년 7월 13일로 발급된 옥 모씨 표창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직인대장에 기재되지 않은 표창장이 받은 사람이 여러 명 있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서 많이 드러났다"며 향후 이와 관련한 인물을 증인으로 세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추적] '조국사태, 진실은'" 연재기사]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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