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비례후보 공천 등 정체성 논란 자초

지지율 추락, 반전카드 없어 … "전면개혁 필요"

"노회찬 사망 이후 심상정 단독 리더십 등 한계"

2002년에 처음으로 원내진입에 성공한 진보정당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정의당이 16년 만에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지지율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에 반대하지 않고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과 적용과정에서 '욕심 부리기' 프레임에 걸렸으며 비례후보 선정에서도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노회찬 전 대표 사후에 확인된 리더십 등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27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3월 3째주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4%에 머물렀다. 지난해 유지해왔던 8~9%대의 지지율이 반 토막 난 셈이다.

◆너무 높은 목표 "교섭단체 진입" = 정의당은 21대 총선에서 교섭단체 진입(20석 확보)을 목표로 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발판으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거대양당 구조를 무너뜨리는 데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비례정당을 통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른 의석수 감소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는 민주당과의 선거연대(지역구)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의 전략적 투표(비례)마저 차단해버렸다.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지역구에는 민주당 후보를 찍으면서도 진보정당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정당투표에서는 정의당을 찍는 '전략투표'를 해왔다. 지역구 득표율을 모아 비례의석수를 배분하는 1인 1투표제에서 지역구 투표와 정당투표를 나눠 실시하는 1인 2투표제로 바뀐2004년 17대 총선에서 진보정당(민노당)이 비례의석 8석을 얻어(지역구 2석 포함 10석) 원내진입에 성공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게다가 친문진영의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이 나오면서 민주당 지지층 중 정의당을 지원하는 표심이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진보진영내에서 강한 지지층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1대 총선으로 드러나는 현상 = 정의당 안팎에서는 21대 총선을 계기로 정의당이 자기 정체성을 포함한 리더십 교체 등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는 "정의당이 조국 사태에서 민주당 2중대의 모습을 보여줬고 비례대표 후보 공천 등에서 차별성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유권자들이 주목할 이유를 만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의당 핵심관계자는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과정에서 '욕심 부린다'는 이미지를 벗겨내는 데 실패했다"면서 "특히 비례대표 후보 논란도 현재 상황을 만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리더십 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진보정당운동은 80년대 민주변혁운동 세력들이 주도해왔으며 이제는 리더십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미래세대가 제대로 자리를 못 잡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또다른 정의당 핵심관계자는 "노회찬-심상정 체제는 유연함과 대중성에 원칙론이 결합해 보완할 수 있었는데 노 전 대표의 사망으로 심상정 단독 체제에서 강한 원칙론으로 일관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포스트 심상정 등 차기 리더십 부재로 인한 대안부재론이 제기될 만큼 오랫동안 '노-심 체제'가 지속됐다"고도 했다. 비례대표 후보 선정과정에서 드러난 계파간 힘겨루기를 잠재적 위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총선 과정과 그 이후 = 21대 총선을 거치면서 정의당이 자기 반성과 함께 대대적인 자체 개혁에 대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김 교수는 "총선 기간에는 n번방 문제 등 정의당이 밀고 나갈 이슈를 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심상정 대표가 지역구보다는 전체를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21대로 들어가면 젊은 비례의원 중심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의당은 '대한민국에 원칙을 지키는 정당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플래카드를 전국에 붙이며 선명한 '정체성'을 보여줄 계획이다. 정의당 핵심관계자는 "지지율 하락을 반전시킬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다"면서 "다른 정당에 대한 공격보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가려고 한다"고 했다. 또다른 핵심관계자는 "총선 이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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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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