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사채 만기도래, 자금공급 불가피 … '제2의 대우조선해양' 우려도

한국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이 27일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긴급 수혈하기로 결정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거나 상환청구권 행사로 막아야할 회사채 규모가 1조2000억원이다. 2018년과 2019년 당기순손실이 각각 7251억원, 4952억원으로 1조원을 넘기면서 두산중공업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구조조정 중단하라" | 금속노조 두산중공업 지회 이성배 지회장이 25일 경남 창원시청 앞에서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수주부진으로 명예퇴직 시행에 이어 유휴인력 일부 휴업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정부가 코로나19사태에 따른 금융지원 규모를 당초 50조원에서 100조원으로 늘리고 지원대상을 대기업으로 확대한 것은 두산중공업과 대형 항공사 등 대기업들의 위기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의 차입금은 지난해 기준 4조9000억원에 달한다. 최대 채권자는 수은으로 신용공여액이 2조2000억원 가량된다. 주채권은행은 산은으로 신용공여액이 7000억원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1조원 대출은 산은과 수은이 각각 4600억원을 지원하고 우리은행이 800억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산은의 신용공여액은 1조원이 넘어가고 수은의 경우 2조6600억원에 달하게 된다.

금융권과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 문제를 대우조선해양 보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내 발전소에서 두산중공업이 자치하고 있는 역할을 보면 무너지게 놔둘 수 없는 영역"이라며 "두산중공업을 대체할 수 있는 기업도 없어 정부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화력발전소에 보일러와 터빈 등 핵심 설비를 제공하고 있다. 발전소가 30~40년 가량 가동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산중공업 없이 기자재 정비 등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국내 화력발전소에서 두산중공업의 영향력을 절대적이다. 또한 두산중공업이 무너지면 수백 개의 중소협력업체도 줄도산을 맞게 된다.

하지만 금융권과 정책금융기관들 사이에서는 두산중공업 사태가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건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2015년 4조2000억원, 2017년 2조9000억원의 추가 신용한도 지원을 제공하는 등 7조1000억원의 투입을 결정했다. 출자전환 등으로 실제 투입된 지원규모는 그보다 적지만 상당한 지원이 이뤄졌다.

금융권에서는 두산중공업에 일단 1조원의 긴급대출이 이뤄지기는 하겠지만 이것으로 유동성 위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주력 업종인 원전과 화력발전에 대한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실적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거나 이후 자금 회수를 하지 못해 출자전환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대우조선해양처럼 채권단이 대주주를 맡게 되는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을 맡으면서 회사의 부실이 더 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로서도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부실한 대기업을 국책은행이 잠시 대주주를 맡아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민간 기업에서 인수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이 있었기 때문에 매각이 가능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화력발전소 분야에서 경쟁 업체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독점적이다. 덩치가 커서 인수자도 마땅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회생했지만 성동조선은 그렇지 못했다"며 "두산중공업이 계속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 정부의 딜레마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산중공업은 국내에서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됐던 원전, 석탄발전 프로젝트들이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취소되며 수주대상이 급감했다. 원전 3개 프로젝트 약 7조~8조원(신한울 3·4, 천지 1·2, 신규원전 1·2,), LNG전환 3개 프로젝트 약 2조~3조원(당진에코 1·2, 태안 1·2, 삼천포 3·4)등 약 10조원 규모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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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이재호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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