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상승, 국제유가 재폭락 … 코로나19·석유전쟁 등 주요 리스크 여전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으로 1700선을 회복했던 코스피가 하루 만에 다시 1700선을 반납했다. 한국은행의 '양적완화' 선언과 미국 상원의 대규모 경기부양안 통과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다시 1230원대로 상승했고 국제유가는 다시 폭락했다. 코로나 확산과 석유전쟁 등 주요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증시와 환율, 국제유가가 연일 널뛰기하는 모습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52p(1.09%) 내린 1686.24로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6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9원 상승한 1232.8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다시 1230원대로 상승했다.


이날 아시아 주요국 지수들도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증시 선물이 1.7%대로 하락폭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유가는 다시 폭락했다. 전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 거래일 대비 1.89달러(7.7%) 떨어진 배럴당 22.60달러에 거래를 마쳐 지난 사흘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유가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했던 전략비축유 매입이 의회의 예산 배정 거부로 좌초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전 세계 원유 소비 3위국인 인도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원유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쏟아져 나온 세계 각국의 역대급 경기 부양책들이 투자심리 개선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다면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아직 코로나19의 치료제 개발 등 명확한 해법이 부재한 가운데 전세계에서 진행된 이동 제한 등에 따른 고용여건 악화 여파가 향후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또 유동성 정책 등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많이 개선됐지만 부양책 집행 전까지 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낙관도 비관도 조심스러운 국면"이라고 진단하며 "시장의 본격 반등을 위해서 세계 코로나19 확진세 고점 통과, 매크로 지표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에 따르면 기업투자와 밀접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유가 급락으로 3월 본격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3월 자본재주문 감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시장의 공포지수라 불리는 VIX(S&P500 변동성 지수)가 63.95로 지수 변동성은 여전히 높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 또한 "공포는 완화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면은 부채의 부담만이 아니라 펀더멘털의 저점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3월 이후 본격적인 통제 상황이 진행된 미국과 유럽의 경제 지표 악화 정도에 대한 추산이 아직은 정확하지 않다. 코로나 확산 및 치료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상황인 만큼 변동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조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시장의 변동성은 한 번에 축소되기보다는 바닥 확인 과정 동안 높은 영역에서 등락을 거듭했다"며 "시장의 안정은 악화된 펀더멘털 수준에 대해 가늠할 수 있고 코로나19 치료제 등장 등이 확인될 때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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