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조주빈 게시 암호화폐 지갑주소

3개 중 2개는 사용 안해 … "범죄수익 추적"

"성착취 대화방 유료회원 6만명으로 추산"

경찰이 암호화폐 대행업체가 보유한 거래내역 2000여건을 제공받아 텔레그램 성착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범행과 관련된 거래내역을 분석중이다. 그 외에도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압수수색 등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을 토대로 '박사방' 유료 회원들을 색출하는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제정 원포인트 국회 촉구│조성실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왼쪽 세번째) 등 정의당 청년선거본부 '청년정의' 일동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텔레그램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제정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 촉구 청년정의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조주빈의 암호화폐 추적 관련 복수의 암호화폐 거래소 및 대행업체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범죄수익을 추적중”이라면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한 암호화폐 대행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암호화폐 거래내역 2000여건을 제공받아 그 중 피의자 조주빈의 범행과 관련된 거래내역을 선별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조주빈은 ‘박사방’에서 입장료를 받기 위해 3개의 암호화폐 지갑주소를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그 중 2개는 조주빈이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았고 나머지 1개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주빈이 가장한 지갑주소 중 1개의 입출금 거래내역이 32억 가까이 달하는데 이것이 마치 조주빈의 범죄수익인 것처럼 오해할 여지가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면서 “다만 아직 수사중이어서 실제 범행과 관련된 암호화폐 지갑주소의 개수 또는 거래내역 횟수는 알려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3일 빗썸, 업비트, 코인원 등 가상화폐 거래소 3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19일에는 대행업체 베스트코인을 압수수색하는 등 ‘박사방’ 유료회원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주빈은 텔레그램에 암호화폐를 송금할 수 있는 지갑(일종의 계좌번호)을 공지하고 후원금 명목으로 회원들에게 암호화폐를 받았다. 경찰은 이 흐름을 추적해 조주빈의 불법수익은 물론 유료회원들을 색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 성착취 유료회원은 현재까지 약 6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면서 "텔레그램이 비협조적인 만큼 가상화폐로 가입비를 지불한 유료회원을 쫓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던 10대 청소년이 검찰에 넘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16살의 고등학생인 A군은 박사방 운영진 활동과 별개로 ‘태평양 원정대’라는 성착취물 공유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26일 서울지방경찰청은 "'태평양 원정대'라는 이름의 메신저 대화방을 운영하며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물 등을 유포한 혐의로 A군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군은 지난 2월 경찰이 검거한 박사방 공범 14명 중의 한 명이기도 하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해 10월부터 '박사방'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해왔으며, 지난 2월까지 '태평양원정대'라는 이름의 별도 대화방을 만들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포함된 영상을 유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영상물과 관련해 돈을 받는 금전거래 정황은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을 송치했지만 동일한 대화명을 사용하는 사람이 성 착취물 등을 유포할 가능성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의 이런 방침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공론화 이후 성착취방 운영자들이 다른 메신저로 옮겨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군은 텔레그램 대신 다른 메신저 앱으로 옮겨가겠다고 회원들에게 이미 공지했던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조주빈도 텔레그램 외에 메신저 ‘위커’ 등에서 또다른 성착취물 공유방을 운영한 의혹을 받고 있다.

[관련기사]
검찰, ‘n번방’ 조주빈 강도 높은 수사
'켈리' 잡은 강원 경찰, 성착취 집중 수사

김형선 방국진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