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투표 등 제도개선과 함께 전자주주총회 활성화 해야

주총 2주전까지 감사·사업보고서 등 안건 자료제출 필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상장사가 속출했다. 2000개 이상의 상장사가 올해 3월 중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소액주주 비중이 큰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감사 선임이 대거 불발됐다. 전자투표가 활성화 되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주들의 참여가 더욱 저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주주총회 내실화를 위한 장기적 개선과제로 주주의 의결권 행사방법 다양화를 위한 서면투표와 전자투표제도를 개선함과 동시에 전자주주총회를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주총회 참석률을 높이기 위한 소집통지 관련 제도 개선 방안과 주주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의안을 검토할 수 있게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주총 2주 전에 제공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선임 부결 300개사 넘을 듯 = 31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3월 중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해야 하는 12월 결산법인은 총 2211개사다. 유가증권 상장회사 770개사, 코스닥 상장회사 1297개사, 코넥스 상장회사 144개사로 이중 2000개사 넘는 상장사들이 주총을 개최했다.

이 중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는 모두 300개사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당초 상장회사협의회는 올해 238개사에서 감사(감사위원 포함) 선임이 무산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지배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다.

실제 27일까지 감사나 감사위원회 선임에 실패한 코스닥 상장사는 210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31일 이틀 사이 주총을 여는 코스닥 기업들이 총 254곳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사 선임에 실패하는 기업들의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감사 선임을 위해선 '출석 주주의 과반수 및 의결권 있는 주식(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 요건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대주주 지분율이 아무리 높아도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일반주주들의 참석을 이끌어내야하는데 소액 주주 참여가 저조한 기업의 경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사례가 속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장사들의 감사선임 안건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된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유가증권시장에서 안건이 부결된 곳은 한 곳도 없었지만 2018년엔 5개사, 2019년엔 31개사로 늘어났다. 코스닥시장에서 안건 부결된 곳은 2017년 9개사에서 2018년엔 71개사, 2019년엔 157개사로 급증했다.

◆안건 검토할 충분한 시간 제공 = 주주총회 개최를 위해 진행해야 하는 절차들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업과 주주들 모두가 주총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먼저 상장사는 주총 6주 전까지 재무제표 및 영업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 승인을 받은 후, 회사내부의 감사(감사위원회) 및 외부 감사인에게 제출해야한다. 또 주총 2주 전까지 주총 안건을 확정해 주총 관련 사항을 통지 또는 공고해야 하고, 내부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한다. 주총 1주 전에는 외부감사보고서를 내야한다.

올해부터는 상법 시행령이 1월에 개정되면서 임원 선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 신규 임원 발굴 및 자격검증을 위한 시간이 더 요구된다. 임원후보자에 대한 충실한 검증기반 마련을 위하여 주주총회 소집 통지시, 후보자의 체납사실, 부실기업의 임원으로 재직한 적이 있는지 여부, 법령상 결격사유 유무도 함께 기재해야 한다. 이를 상장사들이 준비하는 시간도 빠듯한데다 주주들이 검토할 시간마저 부족하다. 특히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의 경우에는 1주일 내에 안건을 확인하고 내부 검토를 거쳐 의결권을 결정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외국 기관투자자의 경우엔 본사에 자료를 보내고 의결권 행사 지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시간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황현영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주주들에게 충분한 의안검토 자료가 사전에 제공될 수 있도록, 현행법상 소집통지시기인 2주 전까지 외부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주주들에게 통지 또는 공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황 조사관은 주주들이 현장에 오지 않고도 쉽고 편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서면투표·전자투표의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면·전자투표 도입 요건 완화해야 = 고령화 시대에 부응해 실버주주들도 서면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서면투표 도입요건을 완화하고 일정 주주수 이상 회사는 서면투표를 의무화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특히 올해와 같이 갑작스럽게 회사가 현장 주주총회 참석 보다 비대면 의결권 행사를 권고해야 할 경우 서면투표를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이사회 결의로 채택 가능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상법에는 서면투표의 경우 정관변경을 통해 도입하도록 되어 있다. 일본은 현재 주주 천명 이상의 회사는 서면투표를 반드시 도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외국인 주주들도 전자투표가 가능하게 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현재 외국인 주주들은 국내 본인인증수단을 이용할 수 없어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황 조사관은 "미국·일본의 전자투표제도와 같이 아이디, 비밀번호를 활용한 본인인증도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전자투표의 행사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과 함께 장기적으로 어디에서든 실시간으로 주주총회에 참여할 수 있는 전자주주총회의 도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회사와 주주간의 소통 강화 및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권유를 위해, 회사가 주주의 전자우편(이메일) 주소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주주명부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회사가 주주의 전화번호, 전자우편주소 확보를 통해 직접 의결권 행사를 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총 활성화로 코리아 프리미엄시대 열자"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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