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직책 대미협상국장 등장

폼페이오, 제재유지 확인

대화 유지속 입장차 여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0일 자신을 겨냥한 북한의 '망발' 비난 담화가 나온 지 3시간여 만에 "북한 지도부와 자리 앉을 기회를 바란다"며 협상테이블로 나올 것을 주문했다.

북한이 '외무성 신임대미협상국장'이란 새 직책을 내세워 "대북 압력행사에 전념해야 한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 25일 발언을 겨냥, "우리는 폼페이오의 이번 망발을 들으며 다시금 대화 의욕을 더 확신성 있게 접었다"고 밝힌데 대한 반응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대미협상국장은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지원 구상을 담은 친서를 보낸 반면, 국무장관이란 자는 악담을 퍼부으면서 대통령의 의사를 깔아뭉개고 있다고 비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을 분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 언론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우리는 북한 지도부와 다시 자리에 앉아 북한 주민들을 위한 밝은 미래로 가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할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미국이 북한에 직접 지원 제의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매개로 한 협력의사를 재확인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2018년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언급하며 "바로 그날 이후 미국 쪽에서 우리는 매우 열심히 노력해왔다"고 해 협상 중단의 책임을 북한에 돌렸다. 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을 분리해 비난한 것에 대해 대통령과의 호흡일치를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 또한 충분한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가 계속 이행될 거라는 걸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비핵화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기까지 대북제재 완화는 없다는 데 자신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공감하고 있다며 입장차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 친분관계가 아무리 훌륭하고 굳건하다고 해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변화시킬 수 없으며, 미국이 그처럼 제창하는 대화 재개도 결국은 우리가 가는 길을 멈춰 세워 보려는 유인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란 대미협상국장 주장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 담화의 "대화 의욕을 잃었다"는 대목을 액면 그대로 보지 않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제재 운운한 것에 대한 강한 경고를 보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대미협상국이라는 새로운 조직 이름을 공개해 상당한 비중을 두고 대미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진단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폼페이오를 비롯한 미국 관료들에 대한 북한 외무성의 부정적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는 있지만 트럼프와 관료들을 분리함으로서 수위조절의 흔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양측이 대화 틀은 원론적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으나 근본적 입장 차이는 여전하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미협상국장은 "조미 수뇌 사이의 친분이 아무리 훌륭하고 굳건하다고 해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제재 유지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체제안전보장 및 제재완화, 비핵화의 선후 차이에 대한 극심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실제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북미관계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언행이 불일치하다보니 북한 입장에서 미국의 진정성에 대해 계속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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