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올림픽 앞두고 국론분열 자제할 듯 … "올림픽 성공개최 후 임기연장 가능성"

일본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의 참사를 딛고 국가 부흥의 목표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2012년 집권한 아베 정권은 이듬해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이후 재정적·행정적으로 막대한 투자를 했다. 그런 도쿄올림픽이 개막을 4개월을 앞두고 내년 7월로 연기됐다.
안그래도 민간소비가 추락하고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확산에 더해 올림픽까지 연기돼 일본 국민들이 느끼는 사회경제적 심리도 악화될 전망이다. 도쿄올림픽 연기와 이에 따라 일본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과제, 아베 정권의 개헌전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일본의 도쿄올림픽 개최가 2021년 7월로 연기되면서 아베 정권이 구상한 개헌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아베 총리는 당초 올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후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자신의 임기인 내년 9월까지 개헌을 마무리하려던 계획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고, 야당이 강하게 저지하는 상황에서 국론분열을 불러오는 개헌을 무리하게 추진하기에는 여론도 안좋고 물리적인 일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와 도쿄올림픽 준비로 개헌은 후순위 = 아베 총리와 자민당 내부에서는 이르면 올해 4월부터 중의원과 참의원 '헌법개정심의회'를 본격 가동할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 상황이 만만치 않다. 당장 코로나19의 확산세를 저지하는 데 정권의 명운이 걸렸다. 일본 정치권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와 국민생활의 타격을 고려해 막대한 규모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지난 28일 도쿄의 수상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생활이 곤란하거나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 등을 대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등을 중심으로 세대별로 30만엔에 해당하는 현금 지급을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코로나19를 뺀 다른 정치현안에 대해서 논의할 여건이 되지 않는 셈이다.

일본 내 국민여론도 개헌에 대해서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지지통신이 지난 1월 조사한 결과,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개헌에 대해서 45.9%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8월의 같은 조사에 비해서 4.6%p가 증가한 수치로, 개헌 반대에 대한 의견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이에 반해 찬성한다는 의견은 31.2%로 지난해 조사에 비해서 0.9%p가 감소했다.

개헌의 핵심이 되는 헌법 9조를 둘러싼 집권 여당 내부의 갈등도 변수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자민당이 주장하는 헌법 9조에 자위대를 정식으로 명기하자는 주장에 대해서 소극적이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은 아예 헌법 개정에 대해서 부정적이거나, 전후 평화헌법의 상징인 헌법9조에 대해서는 손도 댈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헌모 일본 주오가쿠인대학 법학부 교수는 내일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개헌은 올해 시도하는 일은 없겠지만 자민당 내 '헌법조사위'에서 항상 준비 검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내 여론과 국회 중의원, 참의원의 개헌선을 확보하면 본격적인 시도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림픽은 아베에게 '기회의 장'될까 = 내각제 국가인 일본은 집권당 대표가 총리자리에 오른다. 일본은 현재 자민당이 사실상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 때 집권당을 했던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 등 야당은 공산당 등과 함께 사분오열돼 집권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자민당 총재가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이후 자민당 총재 3연임을 통해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자민당은 당헌당규상 총재가 3연임 밖에 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설 수 없다. 이에 따라 자민당 일각에서 나오는 흐름이 제도를 바꿔서 아베 총리의 4연임을 열어주자는 구상이 나온다.

자민당 한 중견간부는 최근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올해 중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에서 승리한 후, 총재 3선 제한규정을 없애는 것이 개헌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구상은 올림픽이 연기되기 전의 상황이어서 그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자민당 내부에 파벌간 차이는 있지만 제도를 바꿔서라도 아베 총리의 4연임과 개헌을 완수해야 한다는 야망이 적지 않게 형성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핵심은 일본 국민의 여론이 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가 4연임을 해야하는 이유를 보여줘야 하는 셈이다. 올림픽은 그런 명분을 만드는 데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올림픽과 같은 국가적 대사 앞에서 단결하는 속성을 보여주는 일본 국민들이 내년 7월과 8월에 열리는 올림픽과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라는 정치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이헌모 교수는 "올림픽 연기와 코로나19 사태가 아베 총리에게 꺼져가던 불씨를 다시 되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셈이 됐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 올림픽 연기로 인한 경기불황에 막대한 추경예산을 풀어서 부양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며 "개헌의 시기는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 4선 고지를 먼저 확보한 후 올림픽 개최 이후 분위기를 몰아 중의원 해산 총선거 실시 등의 정치일정을 시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아사히TV의 3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도는 39.8%로 지지하지 않는다(38.6%)는 응답과 비슷했다. 차기 자민당 총재 선호도에서는 아베 총리의 정적인 이사바 시게루 자민당 의원이 28%로 가장 앞선 가운데, 아베 총리는 16%의 지지도를 보였다.

["도쿄올림픽과 일본경제 그리고 아베정권" 연재기사]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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