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

5.18, 6.10, 촛불로 이어진 세계적 가치

광주시민은 1980년 5월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서 계엄군이 잠시 철수한 상황에서 나눔과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 범죄없는 자치공동체를 실현하고 수습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나경택 촬영, 5.18기념재단 제공


5.18민주화운동 40돌을 계기로 한국의 민주화 경험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4.19혁명, 부마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그리고 촛불항쟁으로 이어진 민주화 경험과 열망을 ‘K-민주주의’로 승격시키자는 취지다.

5.18은 두 가지 장애물에 가로 막혀 여전히 미완성이다. 하나는 완전한 진상규명이며, 다른 하나는 5.18정신의 전국화·세계화다. 이를 제대로 극복해야 40년이 지나도록 미완성인 5.18을 온전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

올초부터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보여준 대한민국의 저력에 전 세계가 감탄했다. ‘K-방역’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세계가 따라 배우고 있다.

‘K-방역’의 핵심은 개방성과 민주성이다. 민주주의에 단련된 국민들의 참여가 백미였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품위를 잃지 않는 질서정연함에 세계는 놀랐다. 이처럼 성숙한 시민의식의 저변에는 5.18을 비롯한 민주화 정신이 깔려 있다. ‘K-민주주의’의 원형인 셈이다.

5.18정신은 이미 제3세계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 아시아권에도 상당히 알려졌다. 홍콩과 캄보디아의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5.18상징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박용수 전남대 5.18연구소 전임연구원(정치학 박사)은 “광주정신은 빛바랜 훈장이나 박제된 역사가 아니다”면서 “남북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한반도 평화시대를 추동하는 역사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를 시도한 나라 가운데 한국은 굉장히 성공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고 제3세계 이행국가들 사이에서도 한국의 민주주의에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K-방역은 표준화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민주주의는 나라마다, 제도마다 사정이 달라 K-민주주의로 만들어 낼 결과물이 무엇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세계적 ‘K-팝’ 스타인 방탄소년단 노래 중에 5.18이 언급된 것을 듣고 이를 공부하고 직접 광주를 찾는 해외 팬들까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 정신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5.18민주화운동은 1950년 6.25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땅에 민주주의가 굳건히 뿌리내리는 전기가 됐다”면서 “5.18정신이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고, 2017년 촛불항쟁으로 부활했다”고 말했다. 또 “올해로 40주년이 되는 5.18은 과거의 5.18에서 미래의 5.18로, 광주의 5.18에서 세계의 5.18로, 울분과 분노의 5.18에서 화합과 통합의 5.18로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서울시는 민주 인권 평화 도시로서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그 의미를 온 국민, 나아가 전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 광주시와 함께 ‘오월평화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서울시는 “5.18민주화운동이 일부 지역, 특정 인물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보편적 역사로 인식하고, 그 정신을 한국을 넘어 전세계로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봄, 광주의 빛’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온라인으로 전세계와 공유하게 된다. ‘K-민주주의’ 첫발을 내딛는 셈이다.

p>[관련기사]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기획] 5.18 생명력, 전국화 세계화에 달렸다
[기고] '광주정신은 인류의 자산'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