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나면 대책만 반복

실행력 있는 집행 뒤따라야

금융감독원이 올해 금융회사 소비자보호실태평가에서 시중은행 전체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민원건수와 영업규모 등을 고려해 실태평가 대상을 선정했지만 이번에는 은행권 전체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 내달부터 소비자보호실태평가에 착수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는 금융회사의 핵심성과지표(KPI) 중 소비자관련 항목 비중과 운영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회사 KPI는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개선 필요성이 강조됐지만 금융회사들은 실적 향상을 중심에 두고 KPI에 영업관련 항목의 비중을 높게 책정해왔다.

지난해 불완전판매 문제가 크게 불거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역시 KPI 문제가 핵심으로 지적됐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공개한 주요 은행의 KPI를 보면 영업 항목 비중이 평균 80.4%에 달했다. 고객수익률과 소비자보호항목은 각각 1.2%와 2.7%(감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보호항목은 주로 민원과 불완전판매 수 등에 따른 감점 항목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업실적이 좋으면 감점을 당하더라도 KPI 평가는 좋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험사와 증권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KPI를 바꾸지 않으면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KPI지표를 개선하도록 금융회사에 요구했고 과도한 KPI를 운영하는 금융회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암행평가를 실시하고 이후 현장점검을 하기로 했다.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개선책을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DLF와 라임펀드 등 금융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이 소비자보호에 대한 인식과 시스템을 스스로 개선토록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보호실태평가 제도를 2016년부터 시행했지만 평가대상 범위가 제한적이고 변별력도 크지 않아 금융회사들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그동안의 암행평가 역시 제도개선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 집행력이 부족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부터 이뤄지는 소비자보호실태평가와 암행평가 등은 금융회사들의 실질적 변화를 유도하고 소비자보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긴장감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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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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