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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내일 기자리포트]

DLF사태 이후에도 불완전 판매 ‘비일비재’

정기예금하러 갔다 펀드 ‘달콤한’ 권유

‘윤리충당금 제도’ 도입 등 서둘러야

등록 : 2020-05-22 00:00:01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한 사장님은 10년 간 정기예금으로 모은 돈 9800 만원을 다시 정기예금에 넣기 위해 우리은행 지점 한 곳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은행 창구직원이 그를 VIP실로 데리고 가 파생상품인 펀드 가입을 권유합니다. 투자 상담을 맡은 PB와 창구직원은 “오늘 정말 잘 오셨습니다. 사장님 조금만 늦었어도 이렇게 좋은 상품 가입 못할 뻔 했어요. 돈을 불리는 데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등 온갖 달콤한 권유로 사장님의 펀드 가입을 성사시킵니다. 그 상품은 대규모 원금손실상태에 빠졌고 사장님 또한 막대한 손해를 입었습니다.

국내 최초 불완전판매에 따른 보상 사례로 기록된 우리파워인컴펀드 사태 당시의 일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대법원은 우리은행 측에 ‘투자금의 20~4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문제는 아직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진행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의 최근 ‘펀드투자 사례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펀드 투자자 3명 중 1명은 판매직원의 권유로 투자정보를 얻고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펀드 투자자 중 61.8%는 판매사를 방문한 뒤 펀드를 선택했고, 이들 중 투자정보 확인서나 투자성향 진단을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들은 21.2%에 달했습니다. 22.5%는 자신의 투자성향과 관계가 없는 상품을 권유 받았고 14.9%는 권유하는 상품에 맞는 결과가 나오도록 투자성향 진단을 유도 받았다고도 답했습니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전국의 만 25세~64세 성인남녀 25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입니다. 지난해 DLF와 라임사태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펀드 불완전 판매 사태가 발생한 뒤인데도 투자자들의 판매직원 의존도는 여전히 높습니다. 펀드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 행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상품 판매를 ‘기획하는 부서 따로, 판매하는 부서 따로’인 이원화된 구조와 파생상품투자권유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이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상품을 기획하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 회사채 발행에만 실사 모범기준이 있고 더 위험한 파생상품 펀드에 대해서는 실사에 대한 구체적 법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합니다.

더 심각한 점은 투자자보호나 리스크 관리보다 상품판매, 영업실적 올리기에 초점이 맞춰진 금융회사들의 분위기입니다. ‘핵심성과지표(KPI)’는 금융사들이 직원들의 성과를 책정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채점표’로 고객보다는 은행과 증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도록 부추기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반복되는 불완전 판매 논란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체질 개선과 투자자보호 제도 마련이 필요합니다. 금융회사에 윤리충당금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는 금융사에게는 경제적 압박을 가해야 효과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강력한 법적 제재와 함께 경제적 패널티 제도 도입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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