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 "악랄한 독재" 등 막말로 자극 … 코로나19 책임론 중국에 떠넘기기

미국과 중국이 연일 코로나19 책임공방으로 으르렁거리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잇따라 나서서 중국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대응 실패를 둘러싼 미국내 책임 공방을 중국으로 떠넘기는 동시에 반중정서를 자극해 또 한 번 미국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재선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관련 중국측 입장 발표에 대해 "또라이", "얼간이"라는 막말까지 써가며 강력히 성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의 어떤 또라이(wacko)가 방금 수십만명을 죽인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제발 이 얼간이(dope)에게 이러한 전 세계적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의 무능이라는 것을 설명 좀 해주라"고 꼬집었다.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발언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이는 앞서 궈웨이민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대변인이 베이징에서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향해 "일부 미국 정치인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왔다며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데 그들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같은 날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기원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절대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에 대한 공세는 트럼프 대통령만이 아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가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중국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악랄한 독재정권"으로 표현했다. 그는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8일 세계보건기구(WHO) 화상총회에서 '2년간 20억 달러 국제원조'를 약속한 데 대해 중국이 전 세계에 끼친 인적·물적 피해에 비하면 보잘것없다고 반박하는 등 시진핑 주석을 직접 겨냥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중국의 거센 반발을 예상한 의도된 도발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의 싸움에 대한 중국의 기여금은 그들이 전 세계에 지운 비용에 비하면 쥐꼬리만 하다(paltry)"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중국은 시종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책임지는 태도를 보였다'는 시 주석의 연설 발언을 거론하면서 "그러면 좋았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진정한 개방성, 진정한 투명성을 보여주길 원한다면 우리가 하는 것과 같은 기자회견을 손쉽게 열어서 모든 기자가 원하는 어떤 것이든 그(시 주석)에게 물어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중국은 1949년 이래 악랄한 독재 정권, 공산주의 정권에 의해 통치돼왔다"고 포문을 연 뒤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대응은 공산국가 중국에 대한 우리의 보다 현실적인 이해를 가속시켰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홍콩, 대만, 남중국해 등의 문제도 거론하며 전방위로 전선을 넓히기도 했다.

미국의 공세에 중국도 강하게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무기 판매를 놓고 "중국은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단호히 반대하며 이미 미국에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의 정치제도를 공격하고 대만, 홍콩 문제 등으로 중국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폼페이오는 이번에도 사실을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말하고 있다"면서 "그가 거짓말을 퍼뜨리는 것은 국제적으로 이미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의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에 역공을 했다. 그는 "폼페이오는 전 세계에 분명히 말해야 한다"면서 "미국 정부는 왜 1∼3월 긴 시간에 제대로 방역 조치를 하지 않았나? 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에 반대했나?"고 반문했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의 전염병 상황은 누구의 책임인가?"라면서 미국이 중국에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지우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미중의 신경전은 단순히 말싸움에 그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승인, 의회의 중국기업 미 증시 상장 불가 법안 등을 통해 거센 공세에 들어가고 있다. 말뿐만 아니라 실력행사까지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처럼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잇따라 나서서 의도적으로 자극하고 판을 키우는 것은 결국 오는 11월 대선까지 이 사안을 끌고 가 재선용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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