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1분위 가구소득

작년 2분기부터 늘었지만

코로나 한방에 '다시 원점'

고소득층 소득은 계속 늘어

코로나19 여파로 저소득자와 고소득자 간 소득 격차가 1년 전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임시·일용직 등 고용 취약계층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지난 1~3월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 소득은 월평균 149만8000원으로 1년 전과 동일했다.

1분위 가구 소득은 2018년 1분기(-8.0%)부터 지난해 1분기(-2.5%)까지 연속 감소하다 지난해 2분기(0.04%)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후 지난해 4분기(6.9%)에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최저임금 수준을 사상 최대 폭으로 인상했고, 고소득자에 '핀셋 세율인상' 등을 단행한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고소득층과 보수야당의 반발이 커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이마저 무뎌지기도 했다. 정부도 최근에는 소득주도성장 대신 '포용적 성장' 으로 표현을 순화시켰다.

코로나19는 소득주도(포용)성장정책의 3년 성과물을 단번에 허물어버렸다.

◆1분위 소득 3.3% 줄어 = 조사결과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51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3.3%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고용 취약계층인 임시·일용직 중심으로 취업자 감소세가 확대되면서 근로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임시·일용직 취업자는 59만3000명 감소해 1989년 집계 이후 역대 최대다. 일시휴직자는 160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만명 폭증해 1982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로 늘었다. 그나마 사업소득(25만7000원) 증가(6.9%)와 기초연금·사회수혜금 확대로 인한 이전소득(69만7000원) 증가(2.5%) 등 정부의 긴급생계지원으로 1분위 가구의 소득이 전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15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6.3%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대규모 사업장의 취업자 증가, 고액 국민연금 수급 증가 등으로 근로·이전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퇴직금 등 비경상소득이 늘면서 2분위(0.7%), 3분위(1.5%), 4분위(3.7%), 5분위(6.3%) 소득은 모두 증가한 반면 1분위만 1년 전과 같았다.

이로 인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1배로, 1년 전(5.18)보다 0.23배p 증가했다. 5분위 배율은 5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을 1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불균형이 더 악화됐다는 의미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서비스업 부진이 일용직과 임시직이 많은 가구의 근로소득을 감소시켰다"고 말했다.

◆코로나에 지갑 닫은 가계 = 코로나19는 집집마다 지갑을 닫게 하는 결과도 가져왔다. 가계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의류·신발,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을 중심으로 씀씀이를 크게 줄인 영향이다.

올해 1∼3월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가계지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9%가 줄었다. 전국 단위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소비지출이 크게 감소한 데다, 이례적으로 비소비지출(세금, 사회보험료 등)까지 동반 감소한 영향이다.

올 1분기 가구당 명목 월평균 소비지출은 287만8000원으로 작년 1분기(306만1000원)보다 6.0%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특히 교육(-26.3%), 오락·문화(-25.6%), 의류·신발(-28.0%), 음식·숙박(-11.2%) 등에 대한 지출이 크게 감소했다. 교육 지출은 학원비 감소, 고교무상교육 시행, 대학 등록금 동결 등이 영향을 미쳤고, 오락·문화 지출은 국내외 단체여행과 공연·극장 등 이용 감소로 줄었다.

반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이 전년보다 10.5% 증가했고, 마스크 구입 등으로 보건 지출도 9.9% 늘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전년 4분기에 비해 다음연도 1분기는 계절적 요인으로 지출이 증가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전년 4분기에 비해서도 지출이 감소했다"며 "소비지출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비교적 분명하게 관측됐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경제위기가 있었던 1998년이나 2008년의 소비지출 감소와 비교하더라도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소비가 더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평균소비성향의 전년 동기 대비 감소폭은 1분위(-18.6%p)가 가장 컸고, 4분위(-4.1%p), 5분위(-6.4%p)는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았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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