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 협상 앞두고

문 대통령, 과거 언급 주목

"원구성이 개혁실패 원인"

여, 법사위원장 '사수' 이유

"개혁입법이 중요한 시기에 법사위원장을 야당에게 넘겨준 국회 원구성 협상의 잘못이 있었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간 원구성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참여정부 시절을 회고하며 내렸던 평가가 관심을 모은다.
국무회의 주재하는 문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문 대통령은 2011년 펴낸 '문재인의 운명'에서 참여정부 때였던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도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입법에 실패한 이유로 가장 먼저 '잘못된 원구성 협상'을 꼽았다. 소관 법률안 뿐 아니라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들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권한 등 입법과정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내준 것이 개혁입법의 걸림돌이 됐다는 것.

실제 17대 국회에서 152석으로 단독 과반을 확보한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법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언론개혁법안, 과거사 진상규명법안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추진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국회선진화법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을 갖고도 121석의 한나라당에게 끌려다녔고 개혁법안은 흐지부지돼 버렸다.

문 대통령은 개혁입법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진보진영의 힘이 미약했다는 점에 있다고 보면서도 잘못된 원구성 또한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더불민주당이 미래통합당과 21대 원구성 협상을 하면서 '법사위원장 사수'를 강조하는 것도 참여정부 시절 17대 국회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판단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대 국회 이후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가져가는 것이 관례였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만큼은 반드시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21대 국회는 대통령 임기 중반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했다는 점, 개혁입법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 등에서 17대 국회와 상황이 비슷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국회 동의가 필요한 입법 대신 정부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개혁을 추진해왔다. 탄핵 이전 구성된 '여소야대' 국회에서 입법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4.15총선에서 국민들이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준 만큼 문재인정부는 개혁입법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법사위원장 자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법사위원장을 야당에게 양보하되 법사위원장의 체계·자구 심사권한을 폐지하는 절충안이 제기되고 있지만 위헌여부나 법률간 충돌 심사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법사위원장의 권한 약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원구성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할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법사위원장만큼 반드시 여당이 맡아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원구성에 대해선 청와대가 뭐라 할 말이 없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법안 통과의 관문인 법사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한을 없앤다 해도 누가 법사위원장을 맡느냐에 따라 법안처리 여부나 속도가 크게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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