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환 전 주러공사 출판

명쾌한 해설·날카로운 통찰

'착한 외세'는 없지만 '유용한 외세'는 있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 러시아공사)이 최근 출판한 '한국 외교에는 왜 러시아가 없을까'라는 책에서 강조한 말이다.

2020년 올해로 한국과 러시아는 국교수립 3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나로호 발사, 비자면제협정 등의 분야에서는 성과가 있었지만 메가 프로젝트인 '시베리아횡단철도-한반도종단철도 연결, 남·북·러 가스관 건설과 전력망 연계' 등 분야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일까. 박병환 소장은 한국과 러시아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외교현장을 직접 경험한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착한 외세'나 '악한 외세'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누가 우리에게 '유용한 이웃'인지를 판단하는 지혜와 안목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와 한국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서로에게 '유용한 외세'가 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대러시아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20세기 냉전의 시대 한가운데를 지나온 우리는 러시아를 제대로 살펴볼 기회가 없었다.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서 광활한 국토를 가진 나라, 그리고 유라시아횡단열차와 보드카 등 단편적인 정보를 제외하면 러시아는 사실 많은 부분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은 한반도를 둘러싼 4강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 러시아를 다루고 있다. 박 소장은 책에서 △러시아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 △러시아에 대한 조언 △한국의 대러시아 정책 △전반적 외교 사고의 혁신 등을 다루고 있다.

박 소장은 1985년 외무고시를 거쳐 외교부에 입부해 러시아 외교부 산하 외교아카데미에서 수학했으며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서 근무했다. 특히 러시아에서 4차례에 걸쳐 약 11년간 근무했다. 현재 내일신문 글로벌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김기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