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혜원 검사 "검찰사건사무규칙 개정 필요"

'묻지마 고발'의 남발을 막기 위해 법무부령인 검찰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현직 검사 주장이 나왔다. 진혜원 대구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는 26일 에스엔에스에서 "최근 수년간 '신종 테라토마로 추정되는 그 무엇이 특정인에게 정보제공'-'일제히 보도폭격'-'보도를 근거로 정체불명의 시민단체가 고발'-'신종 테라토마들의 전광석화와 같은 압수수색'-'기사흘리기를 통한 보도폭발'-'진술조작'-'구속영장 청구' 공식이 지속되면서 식상함과 지겨움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라토마'란 비정상적으로 분화된 세포를 말하는데, 묻지마 고발을 일삼는 정체불명 시민단체에 암적인 세력을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묻지마 고발을 일삼는 급조 단체들이 현실적으로 무고죄로 처벌받기 어려워 고발을 남발하게 된다. 진 검사에 따르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고발은 누구든 할 수 있지만, 고발내용의 진정성 보장을 위해 형법에는 무고죄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고발에 신중하다. 그런데 진 검사가 '신종 테라토마'라고 주장하는 급조 단체들은 고발에 신중하지 않다. 그들은 보도내용을 근거로 "고발할 때는 '보도를 믿었다. 나도 몰랐다'"고 발뺌하면 무고죄로 처벌받지 않게 된다. 이런 이유로 '묻지마 고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진 검사 설명이다.

진 검사에 따르면, 현행법상 '묻지마 고발'의 남발을 막기 위한 조항은 법무부령인 검찰사건사무규칙 69조 3항 5호다. 해당 조항은 "고발이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언론보도나 인터넷 게시물, 익명의 제보, 고발 내용과 직접 관계없는 제3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나 풍문 또는 고발인의 추측만을 근거로 한 경우"에는 수사없이 각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런데 "해당 규정이 의무적으로 수사없이 각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하를 할 수도 있고 수사를 할 수도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 진 검사 지적이다. 그는 "검사가 현직에서 다른 사람을 성폭행한 사건을 봐 준 검사들의 직무유기 관련 사건은 당사자들에 대한 수사없이 각하됐는데, 신종 테라토마들이 임의로 공격 목표로 설정하는 사람들은 위 공식에 따라 압수수색을 당하고 보복공격도 당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의적인 법 집행을 막기 위해 고발인의 추측만을 근거로 한 경우는 '원칙적으로 각하한다'고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검사는 '수사지침' 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익명고발사건처리지침'을 만들어 단체가 고발하는 경우 단체의 등록 여부, 정보의 출처, 정보의 취득 경위, 출처가 되는 정보의 독자적 증거능력 유무를 검토한 후 그 자체로 독자적인 증거능력이 없어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는 수사를 개시하지 못하도록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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