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당제 취지 못살리고 후퇴

공직선거법 개정 숙제 남아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26일 21대 국회 출범 전 통합을 결정했다. 통합당은 27일 전국위원회에서 합당을 의결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177석의 거대 여당을 탄생시켰다. 민주당은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지난 13일 합당했다. 민주당 지역구 당선인 163명에 시민당의 비례대표 당선인 14명이 합류했다.
미래한국당, 합당 결의문 발표 |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합동연석회의를 마친 뒤 미래통합당과 합당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 진성철 기자


이로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라 헌정사상 유례없이 등장한 비례 위성정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1대 국회는 177석의 더불어민주당(원내 1당)과 103석의 미래통합당(원내 2당) 두 개의 원내교섭단체로 출발하게 됐다.

한국정치의 오랜 숙제였던 다당제는 양당제로 완전히 재편됐다.

1990년 3당합당 이후 21대 국회에서 원내 1·2정당의 개원 출발 의석수는 280석으로 역대 최대치에 달한다. 소수정당들과 무소속은 20석에 불과하다. 19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으로 279석이었다. 17대 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 152석, 한나라당 121석으로 두 당은 278석이었다. 열린민주당과 국민의당 뿐 아니라 무소속 당선자들의 합당과 복당 가능성도 있어 21대 국회에서 양당 체제는 더 탄탄해질 가능성이 높다.

양당 체제가 약화된 시기도 없었던 것도 아니다. 15대 국회에서 원내 1·2 정당은 역대 최저 의석수를 기록했다. 신한국당 139석, 새정치국민회의 79석으로 합계는 218석에 불과했다. 18대 국회에서 1당인 한나라당 153석, 2당인 통합민주당 81석으로 두 당의 출발 의석수 합계는 234석이었다.

지난 20대 국회와 함께 다당제 가능성을 봤던 시기들이지만 모두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막을 내리게 된 셈이다.

선거법에 대한 손질은 21대 국회의 숙제로 남았다.

다당제를 위해 개정된 선거법이 양당제를 더 공고하게 만든데 따른 것이다. 역설적으로 20대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에 가장 앞장섰던 소수정당들은 살아남기조차 버거웠다. 단식에 이어 1년에 가까이 걸리는 패스트트랙법 추진까지 밀어붙이며 연동형 비례제 통과에 사활을 걸었지만 원내교섭단체 진입은 모두 좌절되거나 소멸됐다. 다만 양당제에 익숙한 두 당이 다당제를 위한 선거법 손질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9석만으로 선거법 개정을 이끌기에는 동력도 떨어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다당제가 후퇴한 것은 선거법 영향도 있지만 제3당을 만들어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탓이 더 크다"며 "선거법은 연동형제와 다당제의 취지를 살려 민주당부터 재개정에 먼저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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