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 워크아웃 성과분석

금융위기 뒤 기업구조조정 형태변화

포스트코로나, 경쟁력 강화방안 시사

한국산업은행이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기업 지원에 나서면서 향후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이 기업의 사업구조조정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27일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김석기 연구위원은 ‘기업구조조정제도의 성과 및 효용 평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요시되고 있는 사업구조조정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작성된 것이다.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과거 채무조정과 신규자금 지원 등 재무구조조정만으로도 정상화가 가능했다면 금융위기 이후는 기업이 속한 산업 구조적 문제가 맞물려 사업재편 등 사업구조조정이 중요시되고 있다. 보고서는 “재무구조조정에 비해 사업구조조정은 상당히 난이도가 높고 비용도 크게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은행이 사업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전문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주채권은행이 해당 기업을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히 투입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정기적인 순환보직 구조, 일률적인 보상체계 등으로 내부적으로 산업 전문가, M&A 전문가를 영입하고 육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매년 실시하는 기업 신용위험평가(A~D등급)에서 C등급을 받으면 해당 기업은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비율은 2010년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 신청비율은 2010년 84.2%에서 2011년 50.0%, 2012년 40.0%로 떨어졌고 2016년 13.10%, 2017년 17.57%, 2018년 18.87% 등 10%대로 낮아졌다. 워크아웃을 개시한 기업 중 구조조정에 성공해 졸업한 비율도 낮아졌다. 2015년 36.6%에서 2016년 30.0%, 2017년 15.3%, 2018년 8.3%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워크아웃을 통한 구조조정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져 주채권은행이 적극적으로 워크아웃을 추진하려는 의지도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비롯해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의 자금이 기업에 투입돼 재무구조조정이 진행되면 향후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구조조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번 보고서는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이 사업구조조정의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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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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