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간 협업체제 대체 시도

다선 · 중진 의존 낮아져

“제도 통해 역동성 살려야”

“맹주가 사라졌다.”

십수년간 정치권을 대표하던 다선 의원 상당수가 20대 국회를 끝으로 정치권 전면에서 물러난다. 호남 등 지역정치권은 초·재선 의원들이 그 빈자리를 메꾸고 있다.

특정인 중심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던 방식을 의원간 협업체제로 대체하는 시도이다. 21대 총선 이후 ‘일하는 국회, 봉사하는 정치’로 변화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가 높은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21대 국회에 등장한 초선의원 155명으로 국회의석의 절반(52%)을 넘겼다. 2명 중 1명이 초선으로 20대 국회(132명.44%)보다 늘었다. 반면 4선 이상 비중은 11%로 낮아졌다. 특히 영·호남의 의석변화가 두드러진다. 민주당이 주도권을 보인 호남에서 26명이 초·재선 의원이다. 영남의 미래통합당은 3선 이상이 14명으로 75%가 초·재선으로 나타났다.

대선후보 당 대표, 차기 주자로 평가되던 다선·중진의원들이 전면에서 사라졌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지역과 각 당의 정치적 행보에 영향력을 미쳐 ‘맹주’로 불리던 이들이다. 민주당의 경우 지방선거 공천권이 있는 호남권 도당위원장을 초·재선 의원이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선의원 비중(46%)이 높은 충청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회 최다선으로 국회의장 선출이 유력한 박병석(6선) 의원도 맹주체제와는 거리가 있다.

이같은 변화는 정치권에 대한 시선, 각 당의 공천시스템 변화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민참여경선이 보편화되면서 당내 유력인사의 공천 영향력 행사 비중이 급격히 낮아졌다. 세력을 이끌어야 하는 정치적 맹주의 기반이 무너진 셈이다. 계보를 구성한다 해도 재공천 등 정치적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다선 의원의 발언권 강도가 전과 같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경우엔 당내 계파구도가 희미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재선의원은 “당 안에 친문을 표방하지 않는 의원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평가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내 선거나 계파 활동도 ‘실리위주’로 선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특정후보 캠프에 참여한 한 의원은 “누구 사람이라기 보다는 원내직에 대한 배려 등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의원은 “유력인사 우산 아래 들어가는 것보다 국회 상임위 간사를 맡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대선주자나 당권을 염두에 둔 의원과 협력체제를 꾀하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양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초선 의원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정치권이 구태와 퇴행적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민심의 반영”이라며 “일하는 국회법, 상시 국회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역동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맹주 사라진 지역정치권" 연재기사]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