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리 보호 좋은 상장사, 주가하락 방어 효과 높아

기업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이 코로나발 증시하락 충격을 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이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으로 증시가 하락할 때 주가 하락 정도가 더 낮았고 우수한 지배구조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거나, 지배구조 수준이 개선된 경우에도 주가수익률 방어 효과가 높았다.


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올해 초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한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기업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평균 주가수익률 하락폭이 낮았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제조업 기업 668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초로 발생한 1월 20일부터 주가지수가 연저점을 기록했던 3월 19일까지 42거래일 간 평균 주가 수익률(주식 보유 기간 수익률)은 -8.37%로 확인됐다.

이 중 기업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337개 표본 기업의 평균수익률은 -6.07%로 집계됐고 지배구조가 취약한 331개 기업의 평균수익률은 -10.70%로 나타났다.

추가적으로 슈퍼전파자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위기감이 급격히 확산 된 2월14일부터 3월 19일까지 25거래일간의 보유기간수익률을 살펴본 결과에서도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 337개사의 평균 주가수익률은 -4.31%였고 취약한 기업의 주가수익률은 -8.48%로 평균 주가수익률 차이는 4.17%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예상치 못한 주가 급락 상황 속에서도 기업지배구조 수준이 상대적으로 우수하거나, 좋은 지배구조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거나, 지배구조 수준이 개선되는 경우 주가수익률 방어 효과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원의 기업지배구조 평가는 크게 주주권리 보호, 이사회, 감사기구, 공시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중 주주권리 보호에 대한 노력이 주가수익률 방어에 효과가 있었다. 42거래일 기준으로 주주권리보호가 우수한 기업은 -5.81%, 취약한 기업은 -11.06% 수준으로 수익률이 하락하는 것으로 확인되며, 두 집단 간의 수익률 차이는 5.25%로 관찰됐다.

다만 이사회, 감사기구, 공시 수준도 코로나 바이러스 기간 동안 보유기간수익률에 양(+)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그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미비한 것으로 판단됐다.

임현일 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은 "특히 주주권리 보호 측면에서 우수한 기업에서 효과는 뚜렷하게 확인됐다"며 "이는 소유지배구조 개선, 자사주 매입, 효과적인 배당정책 수립, 계열사 간 부당거래 해소 등 평소 주주권리 보호에 힘쓰는 기업들의 주가 방어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는 과거 3년간(2016년~2018년) 기업지배구조가 지속적으로 우수했던 기업과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된 기업들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분석 결과 지배구조가 지속적으로 우수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42거래일간 평균 4.13% 주가가 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5거래일 기준으로도 주가수익률은 3.89% 차이가 발생했다.

전년 대비 기업지배구조 순위가 동일하거나 상승한 기업은 327개사와 하락한 기업 341개사의 주가수익률 조사에서도 지배구조 랭킹이 상승한 기업의 주가수익률은 -6.72%인데 반해 그렇지 않은 기업의 주가 수익률은 -9.94%로 확인됐다.

임 연구위원은 "기업지배구조는 일회적인 성격을 지닌 것이 아니며 우수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끊임없이개선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우수한 평가를 받기 위한 목적이나 대외 평판을 고려한 일회성 노력이 아닌,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고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지속가능성이 수반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투자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비해 평소 투자 대상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기업 경영자들은 기업 지배구조뿐만 아니라 나아가 ESG 전반에 대한 관심과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하고 감독기관의 정책적 논의와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자료는 2019년 기준 유가증권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했으며, 기업의 주가 관련 자료는 Fn-DataGuide를 이용해 추출했고 기업지배구조 관련 데이터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기업지배구조지수를 이용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2003년부터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는 환경, 사회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여 해마다 ESG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원에서 조사된 기업지배구조 점수를 이용해 중위수(median)를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더미 변수로 구분했다. 보유기간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제변수들을 고려했고 기업 지배구조의 우수성과 지속성, 개선 여부의 계수 값을 관찰한 결과 모두 유의한 양(+)의 값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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