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2008~2017년) 1심 법원 실형 0.58%뿐 … 산재사망 양형기준, 국민 58.9% '미적정'

잇단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전면 개정돼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했지만 실효성 있는 제재정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108배│구의역 참사 4주기 추모위원회 주관으로 5월 28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북측에서 열린 '산재사망노동자 추모 108배 및 천도재'에서 참석자들이 108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지난달 31일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간한 '안전보건 이슈리포트'에서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 이유로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양형실무가 바뀌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처벌 수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개정 산안법 당초 정부안은 산안법 위반 시 기존 7년 이하의 징역을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안전·보건조치 미이행 치사죄'의 법정형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되,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동일한 죄를 저지른 경우 그 형의 1/2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누범 규정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후퇴했다.

이 교수는 "누범으로 인해 가중되는 형은 법정형일 뿐 실제 선고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 5년 이하로 규정돼 있는 경우 누범의 가중은 장기인 5년에 대한 1/2, 즉 7년 6월까지 가중되는 것일 뿐 법정형의 하한인 1년 이상은 여전히 유지된다는 것이다.

실제 법관이 형량을 정할 때 판단기준으로 삼는 양형기준(41개)에서 산안법 위반 사건은 '과실치사상 범죄군'에 속해 특별한 가중·감경 사유가 없으면 일반 형사범죄인 '업무상 과실·중과실치사'(기본 8월~2년)보다 낮은 형량(6월~1년 6월)을 정하도록 권고한다. 더욱이 사망 사건 이외의 산안법 위반 범죄는 별도의 양형기준 자체가 없다.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경우 △기본형량구간 8월~2년 △감경할 경우 4월~10월 △가중할 경우 1년~3년이다. 반면 안전·보건조치 미이행 치사죄는 △기본형량 6월~1년 6월 △감경 4월~10월 △가중 10월~3년 6월에 불과하다.

그동안 노동계는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의 주요요인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꼽았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8~2017년) 산안법 위반에 대한 1심 법원이 피고인에게 징역이나 금고 등 실형을 선고한 예는 매년 5건 이하로, 평균 0.58%(32/5510건)에 불과했다.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러한 현실은 산안법 위반 전과자 수를 매년 늘리고 있다. 같은 기간 산안법 위반사범의 전과현황을 보면 2011년을 기점으로 전과자 누범 수가 초범 수를 역전했다. 그 후 전과자 수는 매년 늘어 2017년엔 전과미상 73%를 제외하고 전과자는 20.9%에 이른다. 초범은 6.6%에 불과했다.

이는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해 8월 1~15일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안법 위반사건의 제재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양형기준 '징역 6개월 ~ 1년6개월'에 대해 58.9%가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 중 91.7%는 '양형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사업주의 안전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에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양형에 대해 75.7%가 '적정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89.4%는 더 중한 형을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이 교수는 "산안법 위반을 실효적으로 예방하려면 장기적으로 안전·보건조치 미이행 치사죄의 법정형을 높이는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행 양형기준을 규범적으로 조정해 권고형량범위를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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