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2008~2017년) 1심 법원 실형 0.58%뿐 … 산재사망 양형기준, 국민 58.9% '미적정'
지난달 31일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간한 '안전보건 이슈리포트'에서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 이유로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양형실무가 바뀌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처벌 수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개정 산안법 당초 정부안은 산안법 위반 시 기존 7년 이하의 징역을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안전·보건조치 미이행 치사죄'의 법정형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되,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동일한 죄를 저지른 경우 그 형의 1/2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누범 규정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후퇴했다.
이 교수는 "누범으로 인해 가중되는 형은 법정형일 뿐 실제 선고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 5년 이하로 규정돼 있는 경우 누범의 가중은 장기인 5년에 대한 1/2, 즉 7년 6월까지 가중되는 것일 뿐 법정형의 하한인 1년 이상은 여전히 유지된다는 것이다.
실제 법관이 형량을 정할 때 판단기준으로 삼는 양형기준(41개)에서 산안법 위반 사건은 '과실치사상 범죄군'에 속해 특별한 가중·감경 사유가 없으면 일반 형사범죄인 '업무상 과실·중과실치사'(기본 8월~2년)보다 낮은 형량(6월~1년 6월)을 정하도록 권고한다. 더욱이 사망 사건 이외의 산안법 위반 범죄는 별도의 양형기준 자체가 없다.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경우 △기본형량구간 8월~2년 △감경할 경우 4월~10월 △가중할 경우 1년~3년이다. 반면 안전·보건조치 미이행 치사죄는 △기본형량 6월~1년 6월 △감경 4월~10월 △가중 10월~3년 6월에 불과하다.
그동안 노동계는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의 주요요인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꼽았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8~2017년) 산안법 위반에 대한 1심 법원이 피고인에게 징역이나 금고 등 실형을 선고한 예는 매년 5건 이하로, 평균 0.58%(32/5510건)에 불과했다.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러한 현실은 산안법 위반 전과자 수를 매년 늘리고 있다. 같은 기간 산안법 위반사범의 전과현황을 보면 2011년을 기점으로 전과자 누범 수가 초범 수를 역전했다. 그 후 전과자 수는 매년 늘어 2017년엔 전과미상 73%를 제외하고 전과자는 20.9%에 이른다. 초범은 6.6%에 불과했다.
이는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해 8월 1~15일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안법 위반사건의 제재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양형기준 '징역 6개월 ~ 1년6개월'에 대해 58.9%가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 중 91.7%는 '양형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사업주의 안전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에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양형에 대해 75.7%가 '적정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89.4%는 더 중한 형을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이 교수는 "산안법 위반을 실효적으로 예방하려면 장기적으로 안전·보건조치 미이행 치사죄의 법정형을 높이는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행 양형기준을 규범적으로 조정해 권고형량범위를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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