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현충문 현판 교체

지자체, 동상·표지석 철거

정부기관과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전두환 전 대통령 잔재를 없애고 있다. 근거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 7조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다른 예우를 받지 못한다. 전씨는 1996년 내란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국가보훈처와 국립대전현충원이 1985년 전씨 글씨로 만들어진 현충문 현판을 안중근 의사 서체로 교체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또 이곳에 있는 전씨 헌시비와 동상 등도 철거될 예정이다. 이날 교체된 현판은 가로 3.9m, 세로 1.6m 크기다. 서체는 안중근 의사 의거 110주년을 기념해 나온 '안중근체'다. 안중근의사기념관과 저작권위원회 등은 안중근 의사가 자필로 쓴 '장부가' 한글 원본 자소를 발췌해 개발한 뒤 지난해 10월 안중근 의사 의거 110주년 기념식에서 서체를 공개했다. 교체된 현판은 전씨가 1985년 대전현충원 준공을 기념해 종이에 쓴 글씨를 확대한 뒤 탁본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에 앞서 충북도가 지난달 15일 청주시 문의면 옛 대통령별장 청남대에 있는 전씨 등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에 설치된 기록화 역시 철거한다.

전씨는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경치가 좋다며 청남대 건설을 지시했다. 1983년 준공된 청남대는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관리권이 충북도로 이양돼 일반에 개방됐다.

제주도가 지난달 21일 제주도청 본관 주변 공원에 기념식수와 함께 있던 '전두환 기념식수 표지석'을 철거했다. 표지석은 전씨가 1980년 11월 4일 지방 순회 방문한 자리에서 설치됐다. 제주시도 지난달 28일 일도2동 올림픽동산 조성기념으로 설치된 전씨 표지석을 철거했다.

제주시는 1987년 서울올림픽대회 성화가 국내 최초로 도착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신산공원에 조형물을 설치하고 광장을 조성했으며, 이때 전씨 표지석을 설치했다.

경남 합천군도 일해공원 명칭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합천군은 2004년 합천읍 황강 주변 5만3724㎡ 일대에 산책로와 야외공연장 등을 갖춘 '새천년 생명의 숲'을 조성했다. 이후 군민 공모와 설문조사 등을 거쳐 공원 명칭을 전씨 아호를 따 일해공원으로 바꿨다. 그러나 내란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받은 전씨 아호를 딴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지속됐다. 6·15공동선언실천 경남본부와 경남진보연합은 최근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며 "경남도와 합천군이 일해공원 명칭 바꾸기에 함께 나서 달라"고 제안했다. 합천군은 현재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방국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