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저널, 1만5천개 표본분석

“코로나19로 강도높은 감사”

이익감소하면 분식 유인 커져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의 이익감소 위험이 커질수록 회계 감사시간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업들이 나쁜 성과를 감추기 위해 재무제표를 왜곡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회계법인들은 감사실패를 피하기 위해 감사노력을 증가시킴에 따라 감사시간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1일 대형 회계법인의 한 파트너 회계사는 “기업 실적이 하락하면 재무제표를 수정하고 싶은 분식회계의 유혹과 함께 고의는 아니지만 자산평가를 정확히 하지 않는 재무제표 왜곡 현상이 커질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강도 높은 감사가 예상되고 감사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은 최근 몇 년간 항공·선박·부동산 등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급격히 늘렸다.

2017~2019년 사이에 8개 증권사들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3조원대에서 13조원 이상으로 10조원 가량 증가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지만 금융회사들이 하락 분을 정확히 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할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회계법인들이 보수적인 잣대로 평가를 하면 기업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과 회계법인은 2020년 도 감사계약을 이미 체결했지만, 감사보수 지급액은 실제 투입된 감사시간 등을 고려해 나중에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어려운 경영 환경 등을 이유로 감사보수를 줄이려고 할 가능성이 높지만 회계법인들은 감사시간 증가에 따른 보수 증액을 요구할 수 있어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회계학회가 최근 발간한 회계저널(29권 2호)에 실린 논문 ‘이익하방위험이 감사보수와 감사시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기업의 이익하방위험이 증가할수록 감사보수와 감사시간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하방위험은 기업의 이익수준이 기대수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혜미 국민대학교 회계학 박사는 논문에서 “감사인이 이익하방위험 측정치로 포착한 기업의 사업위험을 감사수임계약 위험으로 인식해 감사노력을 증가시키고, 동시에 위험에 따른 보상을 위해 감사보수를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2003년부터 2018년까 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1만5013개 표본(기업-연도)을 선별해 분석을 벌였다. 분석결과 감사업무가 복잡할수록, 이익조정 등 위험이 클수록, 재무적 안전성이 낮을수록 감사보수와 감사시간이 증가했다.

"선도형 기업 '재무제표 왜곡 유인' 커" 로 이어짐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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