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겸수 강북구청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코로나와 우울증을 뜻하는 블루가 합쳐진 말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라고 한다. 일상생활의 큰 변화와 함께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를 불안함과 스트레스는 이러한 증상을 배가시킨다. 바이러스가 가져온 의심과 경계로 마음의 고통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공포와 불안,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고 심신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 물리적 방역 못지 않게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산 피톤치드 서울 공원·숲길의 3배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는 최선의 처방전은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숲에서 햇볕을 쬐며 심신을 치유하는 것이다. 천연항생제 역할을 하는 피톤치드와 따뜻한 햇살의 기운이 면역력을 방해하는 피로감과 울적함을 멀리 날려보낸다. 그렇다고 이런 곳을 찾아 일부러 외곽으로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 도심 숲속에서 ‘생활속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트레킹하기에 알맞은 산책로가 바로 서울 강북구에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산의 피톤치드 발생량은 유명 산림욕장 수준으로 서울지역의 공원과 숲길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그중 강북구 지역의 북한산 둘레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수치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나무가 우거진 북한산 자락에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거닐다보면 짓눌렸던 답답함은 이내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느낌을 받게 된다. 오랜 경계생활로 힘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속삭이듯 펼쳐지는 풍경과 상쾌한 여름향기가 마스크 사이로 살포시 스며들어온다.

강북구에는 아주 특별한 역사문화관광 자원들이 곳곳에서 살아 숨쉰다. 3.1운동의 발상지 ‘봉황각’, 불의에 항거하다 희생된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4.19민주묘지’,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건국의 발자취를 남긴 16위의 순국선열 묘역 등이 자리하고 있다. 구한말 동학혁명부터 일제강점기 시절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한 항일투쟁과 광복 후 민주화운동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근현대사기념관’도 있다.

스탬프 힐링투어 ‘너랑나랑우리랑’은 이러한 강북구의 대표명소들을 북한산 둘레길을 기반으로 점과 선으로 엮어 만든 스토리텔링 산책로다. 우이동 만남의 광장을 시작으로 소나무 쉼터와 4.19전망대를 지나 근현대사기념관까지 이어진다. 만남의 광장과 기념관에는 건강관리 존이 있어 산책 전후 몸의 변화를 혈압·혈당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너랑나랑우리랑’과 연계되는 또 다른 산책로로 ‘초대(初代)길’이 있다. 이곳은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출발해 다시 기념관으로 되돌아오는 역사탐방길이다. 최초라는 상징성을 가진 애국지사들의 묘역만을 엮은 초대길에서는 초대 국회의장 신익희 선생, 제1호 검사 이 준 열사,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선생, 최초 국군인 광복군, 초대 부통령 이시영 선생 등을 만날 수 있다.

지친 심신도 달래고, 격동기 역사도 배우고

신록이 녹음으로 번져가는 계절, 지금 북한산 숲길은 온통 초록빛이다. 진한 숲 향기와 향긋한 흙내음이 반갑고 소중하다.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에 가벼운 걷기와 산림치유 활동으로 따사로운 햇살을 비쳐주면 어떨까?

민중의 힘으로 일으켜 세운 격동기 대한민국의 근현대 역사문화 유산의 숨결을 자연스레 느끼는 것은 ‘강북 역사산책’을 하는 이들에게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