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호 서울시 복지정책실장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래 2011년부터 지역사회 내 어려운 이웃을 지원하는 ‘희망온돌 사업’, 소득·주거·건강·돌봄·교육 5대 분야의 기본권을 제시한 ‘서울시민 복지기준’ 등 복지가 공공의 시혜가 아닌, 시민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임을 강조해왔다.

그 이후에도 서울형 기초보장, 서울형 긴급복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인생 2막을 돕는 50+(만 50~64세) 지원 사업, 갑작스럽게 가사·간병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돌봄 공백을 메우는 돌봄SOS센터 등을 전국 최초로 추진하며 복지정책을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 2020년 현재 서울의 복지정책은 코로나19라는 전례없는 위기상황을 맞아 다시 한번 변화가 필요한 시기를 맞았다.

코로나19, 전통적 가족 보호망 해체

역사적으로 급격한 사회변화는 그에 걸맞은 복지 시스템을 요구했다. 농경사회의 복지는 어려운 백성을 위한 ‘구휼’의 의미였다. 18세기 산업혁명은 기술혁신과 산업의 성장 속에 급격한 도시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자본가와 노동계급의 엄청난 빈부격차는 도시빈민의 위생·보건·생계 전반에 걸쳐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했고 이후 취약계층을 위한 ‘선별적이고 잔여적(殘餘的)인’ 복지가 이뤄졌다.

1942년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유명한 영국 윌리엄 베버리지의 ‘베버리지 보고서’는 빈곤해소를 선결과제로 꼽으며 공적부조의 실시를 주장한다. 이후 베버리지 보고서는 건강보험 및 연금제도 도입, 장애인고용법 제정 등을 이끌며 사회복지 정책의 상징이 되었다.

앞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4차산업혁명이 가속화될 경우 과거 산업혁명으로 인한 도시화를 뛰어넘는 사회구조의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키오스크와 로봇 등이 기존의 고용인력을 대체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일상화시킨 비대면 서비스 등은 이런 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자산가는 자본으로 대량의 로봇을 구매하며 인건비를 줄여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는 더욱 빈곤해지는 자본 양극화 가능성이 농후하다.

“재난은 취약계층에게 더 고통 줘”

서울시는 최근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재난긴급생활비를 지원했다. 모두 160만 가구로 지원금만 5569억 원에 이른다. 이중 1인가구 비율이 약 43%로 애초 예상치 32%를 훌쩍 넘었다. 저소득 1인가구가 급증한 통계로 미뤄볼 때 전통적인 가족안전망이 해체되고 있으며 이들의 빈곤율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가족 보호망에서 벗어나, 보통의 소득을 보장받지 못한 사회의 약한고리를 파고들었다. 이들을 보살필 수 있는 사회적 보호망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전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 등 복지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박원순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꾸준하지 않은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의 고충이 극심하다. 재난은 취약계층에게 가장 먼저, 가장 깊이 고통을 주게 마련이다”라며 고용보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시 시민이 고통 받지 않도록 촘촘한 복지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변화를 멈출 수 없다면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새로운 일상을 살게 될 ‘뉴노멀’의 시대. 그동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복지정책을 선도하던 서울시는 ‘뉴노멀’에 선제 대응하며 시민을 지키는 복지를 펼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