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 전년 대비 16~20%↓

금융권 신규대출 54조원

“기업 최대한 버티는 상황”

'대한민국 동행세일' 진행 중인 전통시장 |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인 28일 코로나19로 인한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대규모 할인 행사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진행 중인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채무를 갚지 못해 법원에 회생(법정관리)을 신청하는 기업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과 법조계는 ‘코로나로 인한 역설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9일 대법원에 따르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기업의 회생신청은 올해 5월 6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80건에 비해 16.2% 감소했다. 4월 신청은 88건으로 전년 동기(112건) 대비 21.4% 줄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채무액이 300억원 이상되는 기업의 회생신청이 거의 없다”며 “6월에도 신청 사건이 계속 줄어드는 등 실물 경제는 어려워지는데 무너지는 기업이 나오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산을 신청한 기업도 4월 85건 으로 전년 동기(107건) 대비 감소했고 5월 9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91건) 다소 늘었지만 큰 차이는 없다.
 


이같은 상황은 코로나19로 기업에 대한 정부와 금융권의 유동성 지원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내 은행의 연체율이 4월 기준 0.40%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0.49%와 비교해 0.08%p 하락하는 등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시행으로 2월부터 6월 19일까지 기업에 54조원의 신규 대출(93만9000건)이 이뤄졌다. 채무 만기연장 규모도 54조1000억원으로 대출 관련 지원 규모가 108조원을 넘어섰다.

신용보증기금은 3~6월까지 코로나 피해기업과 주력 산업 등에 유동화회사보증을 통해 2조8466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유동화회사보증은 개별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등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기업이 직접 금융시장에서 장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이밖에도 회사채·기업어음(CP)·전단채 차환·인수 지원을 위해 책정된 목표액 6조1000억원 중 실제 지원액은 1조4000억원으로 지원 프로그램이 계속 시행 중이고,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원은 아직 시장에 투입되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들이 금융지원을 받아 최대한 버티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계속 이어지고 금융지원이 바닥을 드러내면 한꺼번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요즘 회생신청으로 들어오는 기업들은 거의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상태에서 신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법원은 은행 등 금융기관의 연체율 상승 흐름이 뚜렷해지면 이후 파산·회생신청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인파산·회생 신청도 4·5월 전년 대비 감소" 로 이어짐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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