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에 14개 상임위 하루만에 통과 … '원안 그대로 통과'도 수두룩

17개 상임위와 1개 특별위원회 중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8개 상임위와 특위를 독식한 더불어민주당이 첫 과제인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들어간 가운데 '셀프 심사' '부실 심사' '상임위 패싱'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전날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16개 상임위에 모두 회부, 상정했다. 심사사업이 없는 정보위원회를 제외됐다.

176석의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추경안 심사를 거부한 상황에서 사실상 단독 심사에 들어갔다.
통합당 불참 속 본회의 |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열린민주당 등 의원들이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상임위원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여당 단독 추경심사가 '셀프 심사'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은 추경 편성과정에서 이미 여당과 정부가 긴밀하게 조율해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달 1일 민주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갖고 3차 추경안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 이후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당정은 경제위기 조기 극복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추경 편성 논의에서 추경 방향과 중점 투자분야 및 규모에 대해 뜻을 같이 했다"며 "특히 당정이 함께 만들어온 금융·고용 안정패키지를 재정측면에서 적극 뒷받침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당정이 추경 전체규모와 방향, 중점 내용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고도 했다.

여당 핵심관계자는 "1, 2차 추경과 함께 3차 추경에서도 정부의 의지보다 더 많은 규모의 재정을 집어넣도록 여당에서 요구했고 이를 정부가 수용했다"면서 "추경 등 예산안은 사실상 여당의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추경 규모, 방향, 중점 사업 등을 여당과 정부가 합의한 만큼 여당 단독 심사는 곧바로 '셀프 심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재정건전성 문제, 한국형 뉴딜의 한계, 실질집행률 부진 등을 제대로 짚어내기 어려운 이유다. 추경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게 되면 '누워 침뱉기'가 될 수 있다.

여당 단독의 '셀프심사'는 35조3000억원의 역대 추경 최대규모를 나흘 만에 끝낼 수 있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전날 16개 상임위 중 14개 상임위에서 추경안이 통과됐다. 이중에서 정무위, 외통위 행안위 운영위 등은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심사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운영위는 이날 오후 8시 4분에 열어서 8시51분에 끝냈다. 외통위는 오후 4시42분부터 5시46분까지, 국방위는 오후 4시50분부터 6시13분까지 심사를 마쳤다. 농림위는 오후 5시 21분에 시작해 7시3분에 의결했고 정무위는 오후 5시30분에 시작해 7시27분에 마쳤다. 행안위는 오후 5시32분부터 오후 9시18분까지, 교육위는 오후 5시5분부터 9시28분까지, 문화위는 오후 5시5분부터 9시28분까지 진행됐지만 중간에 2시간가량 정회한 것을 빼면 실제 회의시간은 1~2시간을 넘지 않는다. 교육위에서 8명의 의원들은 7분 주질의와 5분 보충질의한 게 발언의 전부였다.

전날 한차례 회의를 진행한 여가위는 여가부 추경안과 함께 양성평등기금운용계획변경안, 청소년육성기금운용계획변경안을 이날 오전 9시 4분부터 심의해 8분만인 12분에 원안대로 의결했다. 과방위 역시 애결위를 시작하기 직전에 열어 속전속결로 통과시켰다. 예결위 상정 전에 상임위 예비심사를 마친 것은 절차상 하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같은 속전속결은 부실심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랫동안 예산심사에 관여해온 국회 핵심관계자는 "나흘 만에 추경심사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보면 불가능하다"면서 "여당이 속도전을 펼치면 부실심사가 불가피해 진다"고 말했다.

앞의 여당 핵심관계자는 "여당의 속도전은 세밀한 심사가 어렵다"면서 "여당은 7월 3일까지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세워놨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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