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수출규제 대상 우려 … 대일 무역적자는 감소세

일본이 대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 이후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일본 수출규제 1년, 규제품목 수입 동향과 대일 의존형 비민감 전략물자 점검' 보고서에서 여과없이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절차 간소화)에서 제외함에 따라 수출규제 대상이 된 전략물자 비민감품목은 1932개(HS 10단위 기준)에 이른다. 비민감 전략품목 수입규모는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의 36%, 대일본 수입액의 47%를 차지한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일본이 추가 수출규제를 단행할 경우 수입규모가 크고, 일본 의존도 높은 '비민감 전략물자' 품목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들 제품에 대한 국산화 및 수입다변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연간 100만달러 이상 수입되고, 일본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인 전략물자 품목이 100개에 이른다"며 "주로 반도체제조용 장비, 정밀화학원료, 플라스틱 제품과 같은 기초소재에 집중돼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입액 중 일본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HS 10단위 기준)은 34개, 80~89% 품목 27개, 70~79% 품목 39개 등 70%가 넘는 품목이 100개로 파악됐다. 2019년 한해 동안 1억달러(1200억원) 이상 수입한 품목도 10개로 나타났다.

이중 최대 수입 품목은 자일렌으로 지난해 일본에서 9억7200만달러를 수입해 일본비중이 97.3%였다. 자일렌은 인쇄 고무 가죽산업에서 용매로서 사용되는 방향족탄화수소다. 반도체장비인 프로세스와 콘트롤러는 3억5000만달러를 일본에서 수입(비중 69.6%)했으며, 이 외 일본산 비중이 70% 이상인 반도체제조용 장비는 13개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적자에서 반도체 장비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3.9%(240억7600만달러 중 57억8100만달러)에서 2019년 15.4%(191억6100만달러 중 29억4700만달러)로 줄었다. 하지만 올 1~5월 다시 23.1%(74억4700만달러 중 17억2300만달러)로 증가했다.

평판디스플레이제조용 장비 6개, 금속절삭가공기계 5개, 로봇형용접기 3개 품목도 각각 일본산 비중이 70%를 넘었다. 항공 및 자동차 연료, 용제, 기타 화학물질 제조에 사용되는 톨루엔은 일본의존도가 97.1%(2500만달러), 공작기계 수치제어반은 91.3%(2억1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액화석유가스 및 석유화학원료로 쓰이는 프로필렌도 수입액 중 86.2%(1억500만달러)가 일본산이었다. 융용아연도강판 100%(1600만달러), 니켈관 98.1%(1100만달러), 합금강광관 91.1%(1200만달러), 에폭시수지 87.4%(5200만달러), 에틸렌중합체필름 83.4%(1억4800만달러), 기타 플라스틱제품 82.6%(3억5700만달러) 등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문재인정부의 대표정책 중 하나인 수소경제 활성화 방안도 일본 소부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소차 연료전지에서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핵심소재 백금은 지난해 상반기(1~6월) 일본에서 4975만달러를 수입했으나 올 1~5월 5738만달러로 오히려 수입규모가 늘었다.

수소경제의 핵심소재인 탄소섬유는 올 1~5월 일본에서 1341만달러어치를 들여왔다. 수출규제 이전인 지난해 상반기와 일본제품 비중이 39.5%로 똑같았다. 수소차 운전장치 중 수소농도센서, 에어필터, 이온필터, 전장장치 컨버터 등도 국내 기술력이 취약하다.

한편 일본 수출규제 이후 대일본 무역적자 규모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규제 이후 11개월(2019년 7월~2020년 5월)동안 일본에 대한 수출은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일본 수입 감소는 일부 소재부품 자립화가 주효했다.

지난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일본 수출은 142억달러였으며, 올 1~5월엔 110억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당기간 5.3%에서 5.4%로 소폭 늘었다.

수입은 지난해 상반기 244억달러에서 올해 184억달러였다. 일본산 수입비중은 9.7%에서 9.5%로 줄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적자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102억달러, 하반기 90억달러, 올 1~5월 74억달러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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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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