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경쟁력 높아졌지만

100개 품목 의존 70% 이상

“산업생태계 근본 틀 바꿔야”


일본이 대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꼭 1년이 됐다. 그동안 대화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양국은 갈등해소 실마리를 못찾고 있다.

오히려 일본정부가 추가 보복 가능성을 예고하는 등 한일 무역갈등 ‘시즌 2’가 우려된다. 한국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매각절차에 착수하자 나온 반응이다. 그 시점은 관련서류 공시송달 기한인 8월 4일 전후가 될 전망이다. 일본의 2차 경제도발은 △추가 수출규제 △한국산 제품 관세 인상 △일본내 한국자산 압류 등이 예상된다.

일본은 지난해 7월 1일 기습적으로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대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했다. 8월 2일에는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우리정부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8월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한국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일본 이름을 지웠다.

일본이 최초 수출규제를 단행한 불화수소, 극자외선(EUV)레지시트, 폴리이미드에 대해서는 국내공장 증설, 수입다변화, 해외투자유치 등으로 공급안정화를 꾀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레지시트와 불화수소는 대일본 수입의존도가 각각 6%p, 33%p 줄었다. 벨기에 대만 중국 등으로 수입선도 다변화했다. 국내 소부장 산업이 일본 의존도를 벗어나 점진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대일본 무역적자 규모도 감소했다.

하지만 일본의 추가 경제도발이 예상됨에 따라 자기만족에 빠져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일본에서 연간 100만달러 이상 수입하거나 대일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인 전략물자가 100여개 품목에 이른다”며 “해당제품에 대한 국산화를 앞당기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적극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최근 공개한 ‘소재혁신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통해 10년 후 소재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3대 전략은 △소재로 산업을 견인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나라 △소재의 강점으로 세계 우수 연구자를 끌어들이는 나라 △소재로 새로운 가치와 산업을 창출해 세계에 공헌하는 나라 등이다.

이덕근 한국기술거래사회 수석부회장은 “한일간 소부장 경쟁은 코로나19 이후 더 격화될 것”이라며 “일본의 벽을 넘어서려면 최고(Best) → 최초(First) → 유일(Only)전략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벌 대기업 위주 수직적 분업구조인 우리나라 산업생태계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동차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협력업체들은 대기업이 요구하는 설계사양에 따라 (일본 등에서) 소재부품을 수입해 공급하다보니 기술 개발할 여건이 안됐다”며 “이러한 수직적 구조를 개선해 중소·중견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소재부품을 개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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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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