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식 못하니 의장·대통령 연설도 무기연기

여당 단독국회·상임위원장 독식에 야당 보이콧

6일부터 7월 임시국회 … 개원식 개최 불확실

21대 국회의원들은 임기가 시작한 지 한달이 넘었지만 '국회의원 선서'를 하지 못했다. 여야 대치에 의한 야당의 보이콧으로 국회 개원식을 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문을 여는 데 가장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2일 국회의장실 핵심관계자는 "야당이 들어온다고 하면 협의를 통해 개원식을 열고 의장 개원사와 대통령 개원연설을 들어야 한다"면서 "국회의원들이 선서도 하지 않고 임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직 여야간 개원식과 관련한 협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발언하는 김태년 원내대표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여당 핵심관계자는 "우선 다음주 7월 임시국회가 시작되고 국회도 열려있으니 야당이 조속히 들어오면 된다"며 "개원식은 추후에 논의할 일"이라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987년 민주화운동 직후에 개원한 13대 이후 가장 늦게 개원한 국회는 18대로 2008년 7월11일에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15대가 1996년 7월 8일로 뒤를 이었고 19대가 7월 2일이었다.

8번의 개원식 중 임기 시작시점인 5월 30일에 개원식을 연 것은 13대뿐이었다. 14대(6월 29일) 16대(6월 5일) 17대(6월 7일) 20대(6월 30일) 등 6월에 치른 게 세 번이었고 7월로 넘긴 것은 세 번이었다.

21대 들어 개원식이 늦어진 데는 임기 초부터 시작한 여야의 대치국면과 여당 독주가 한몫 했다. 300석 중 176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구성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단독 국회를 여는 쪽으로 선택했다. 지난달 15일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여당 추천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을 선출하고 6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뽑았다. 이후 단독 상임위를 열어 각 부처의 현안 보고를 받았다. 여당이 단독으로 국회운영에 들어간 게 20일 가까이 되는 셈이다.

지난 29일에는 단독 본회의에서 10개 상임위와 예산결산특위의 위원장을 선출하고는 이날부터 단독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들어갔다. 운영위에서는 1시간도 안돼 추경심사를 끝내는 등 16개 상임위가 실질적으로는 1~2시간만에 35조3000억원에 대한 예비심사를 모두 마쳤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날 "우리가 국회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보이콧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3일 추경안 통과 이후 7월 국회가 시작하는 6일부터 국회로 들어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관망하기만 할 수는 없다는 당내 여론이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빈손'으로 주 원내대표가 들어올 수 있을지,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개원식을 열지는 미지수다. 단독국회를 단행한 여당에 대한 반발 입장에서 개원식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개원연설하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박병석 국회의장의 상임위원 강제 배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임을 명확히 하면서 "박 의장은 본인이 한 일이 얼마나 반의회적이고 반헙법적인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상임위 명단 제출과 관련해 "상임위 명단은 합의개원할 때 제출하는 것인데 합의 개원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개원하면서 소위 항복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법 24조는 '의원은 임기초에 국회에서 다음의 선서를 한다'며 선서문을 담아놨다.

선서문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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