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가 감염병인지 단순 감기인지 정확히 진단해야 대응할 수 있듯이, 한국의 후진적 기업거버넌스도 문제를 정확히 알아야 처방책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상장기업 소유구조는 대부분 분산형으로 전문경영인이 경영하기 때문에 주주에 의한 전문경영인 견제가 핵심이다. 반면 한국 기업의 소유구조는 낮은 지분을 가진 재벌 등 지배주주가 계열사 피라미드식 투자를 통해 경영통제권을 극대화한 집중형이다. 때문에 대리인(agency) 문제는 없지만 지배주주가 일반주주의 부를 편취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이를 견제하기 위한 법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 기업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적합한 처방이다.

지배주주 견제할 법·제도 마련해야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지배주주에 의한 일반주주 부의 편취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그 수법은 합병·인적분할,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자진상장폐지, 자산-자본거래 등 다양하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된 거래가 대표적 사례다. 1996년 에버랜드 CB 저가발행을 통해 일반주주의 부를 편취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2009년 대법원 최종 판결을 통해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 2015년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일반주주에 수조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금 재판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자진상장폐지다. 태림페이퍼 지배주주는 배당을 없애면서 지배주주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헐값에 일반주주를 축출하고, 상장을 폐지한 후에는 일반주주 축출 가격보다 훨씬 많은 폭탄배당을 실시한 후 외부에 약 10배 정도 높은 가격에 매각했다.

요즘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군 SK바이오팜 지배주주는 상장을 통해 최대한 높은 가격으로 일반주주들에게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나 2012년 자회사인 코원에너지서비스를 자진상장폐지 할 때는 가치(대치동 토지 등 약1만5000평 포함) 대비 완전 헐값으로 일반주주들을 축출했다.

현재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일반주주의 손해 즉 지배주주에 의한 편취가 있고, 지배주주에 의한 일방적 가격결정, 즉 쌍방대리 상태에서 거래가 진행되었음에도 법대로 했으니 불법이 아니라는 웃지 못할 현실이 존재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주주 간 이해상충 자본거래를 통한 지배주주의 부 편취는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으로 배임이 된다. 때문에 이사회 이사들이 일반주주들에 손해를 끼치는 거래를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상법 상 이사의 선관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하거나 차선으로 이해상충 시 비지배주주의 과반찬성(MOM)을 도입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관련 법 개정의 효익은 2200만 이상의 국민연금 가입자, 퇴직연금 가입자, 동학개미 참여자 등 최소 3000만명 이상 국민의 재산권 보호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부의 양극화 해소, 경제민주화 구현은 물론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한 주가상승으로 창출될 경제적 이익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

정치권, 국민 재산권 침해 눈감지 말기를

더욱이 이해상충 시 부의 편취는 위법이고 피해자에게 구제수단을 허용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법이 개정돼야 한다.

2000만명 이상의 유권자 표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정치인들은 잘 살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