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장관 긴급보고 받고 "다주택자 부담 강화" 지시

'부동산 민심' 악화 우려

"집값 안정 의지 확고"

문재인 대통령이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의 보다 강도 높은 처방을 주문했다. 정부 대책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국민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문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 정책을 챙기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일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과 부동산 민심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 대책을 챙기고 나선 것은 집값 안정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방안에 대해 긴급보고를 받았다. 당초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투기성 매입에 대해선 규제해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가 높다"면서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해 부담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 강화 등 부담을 높여 투기 수요를 철저히 차단하라는 주문이다.

문 대통령은 긴급보고에 앞서 참모들에게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정부의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처리하도록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강화를 골자로 한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라 종부세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투기 수요 차단과 함께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확대 방안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상당한 물량의 공급을 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로 공급 물량을 늘리라"고 당부했다. "내년 시행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청년, 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구입자에 대해 세금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하라"며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생애최초 구입자들이 조금 더 쉽게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부동산 대책의 전면에 나선 것은 부동산 문제를 방치했다간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부의 6.17 대책에도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30, 40대와 진보진영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왔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보완책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청와대 내 비서관급 이상 참모 중 다주택자들에게 이달 중으로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은 처분할 것을 강력 권고했다. 노 실장은 지난해 12월에도 같은 취지의 지시를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자 이날 재차 강력 권고에 나섰다.

현재 청와대 내 다주택 보유자는 12명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충북 청주시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 노 실장도 이달 안에 청주시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했다. 다만 청와대는 당초 노 실장이 반포동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청주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다고 정정해 뒷말을 낳았다. 고가의 반포 아파트를 남겨두고 자신의 지역구인 청주 아파트를 매각하기로 한 것은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를 스스로 증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반포 아파트에는 노 실장의 아들이 거주하고 있어 비어 있는 청주 아파트를 팔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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