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선출' 곳곳서 파열음

당론결정·징계위협 무용지물

쏟아지는 징계요구 골칫거리

인천시 군·구의회가 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끼리 의장 자리를 놓고 다투다 벌어진 촌극이다. 민주당 중앙당이 이 같은 일을 예상해 사전에 주의 공문까지 보냈지만 자리 욕심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3일 민주당 인천시당 등에 따르면 인천 자치구·군 10곳 가운데 강화군·옹진군·서구·중구·계양구·연수구 6곳에서 같은 당 소속 기초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이유는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끼리 사전에 후반기 의장을 정했는데 일부 의원들이 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미래통합당 의원들과 야합해 다른 사람을 의장으로 뽑았다는 것이다. 의장 자리 때문에 한 때 동지가 적으로 돌아선 셈이다.

실제 계양구의회에서는 민주당 소속인 김유순 의원이 통합당의 지지를 받아 후반기 의장에 당선되자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보이콧하고 민주당 인천시당에 김 의장 징계를 요구했다. 서구의회에서는 전반기 의장을 지낸 송춘규 의원이 후반기에도 의장이 되는 이례적인 일이 생겼는데, 민주당 대신 통합당 의원들이 지지해 가능했다. 이곳 역시 민주당 의원들이 송 의장 징계를 촉구하고 나섰다. 옹진군의회에서는 서구의회와 같은 이유로 조철수 의장의 징계를 요구했고, 민주당 인천시당은 조 의장을 즉시 제명 처분했다. 강화군·중구·연수구에서도 전반기 의장이 후반기에도 의장이 됐고, 민주당 의원들이 이에 반발해 인천시당에 징계를 요구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인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오산시의회에서 민주당 소속 전반기 의장단이 후반기까지 연임하기로 하면서 갈등을 만들었다.

경남에서는 도의회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당내 경선을 거쳐 의장단 후보를 정했는데 본회의에서 같은 당 다른 후보들이 당선된 것이다. 부산시의회와 제주도의회에서도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민주당 내 내분이 생겼다.

민주당 중앙당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일찌감치 '광역·기초의회 의장단 선출에 관한 지침'을 보낸바 있다. 지난 4월 보낸 이 지침에는 '당 소속 광역·기초의원들은 사전 선출된 후보가 당해 직에 선임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는 조항과, 이를 어길 경우 징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과거 전국에서 단행한 징계 사례도 구체적으로 제시해 지방의원들을 압박했다. 지금 민주당 내에 쏟아지는 징계 요구도 이 지침에서 비롯됐다. 민주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우선 당 지침을 위반했는지 조사한 뒤 징계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자리다툼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민주당에 의회권력을 쥐어준 시민들을 무시하고 자리다툼만 벌이고 있는 꼴이 볼썽사납다"며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못하도록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소속 한 광역의원은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니 오히려 내부 자리다툼이 더 치열해졌다"며 "유난히 전반기 의장이 후반기까지 연임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권력에 취해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김신일 곽태영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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