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매출 1.2% 증가, 2분기엔 -4%대

면세점 판매 부진 … 영업익도 첫 뒷걸음

'코로나19는 정말 독했다'

거칠 것 없어 보이던 LG생활건강마저 실적부진에 몰아넣을 기세다.

1분기 시장의 예상을 깨고 나름 선방했던 LG생활건강이다. 2분기엔 그러나 매출, 영업이익 모두 뒷걸음질 쳤다.


'사상최대 실적'도 2020년 1분기로 마감했다.

마이너스 매출 성장률은 사드(고고도미사일체계)사태 이후 처음. 영업이익도 6년 만에 성장세를 멈췄다. 이대로라면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3일 증권가에 따르면 LG생활건강 2분기 매출은 1조7540억원, 영업이익은 271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럴 경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 줄고 영업이익은 10%나 감소하는 셈이다.

LG생활건강은 분기마다 높은 성장률로 '사상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오던 곳이다.

올 1분기만해도 마이너스성장을 점쳤던 증권가 예상을 빗나가게 할 정도로 선방(매출 1.2%)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던 2분기부터 사정이 확 달라졌다.

효자 노릇을 하던 화장품이 문제였다.

SK증권에 따르면 LG생활건강 2분기 화장품 매출액은 9560억원대, 영업이익은 2710억원대로 각각 전년동기 14%, 20% 감소했다.

분기 매출액이 감소한 건 2017년 사드사태 당시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2014년 1분기 이후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생활용품이나 음료 사업이 선방하지 않았다면 부진의 골은 더 깊었을 상황이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국가간 입국 금지조치로 수익성이 높은 면세점 판매가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면세점 부진은 영업이익까지 반감 시켰다"고 설명했다.

실제 같은 기간 LG생활건강 화장품 면세점 매출액은 49%나 급감했다. 금액으론 21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당시 세계적인 고급화장품 브랜드들이 가격할인 등 공격적인 판촉행사를 했던 것과 달리 LG생활건강은 미온적으로 대응했던 게 면세점 매출부진의 한 원인으로 전 연구원은 꼽았다.

반면 이 기간 생활용품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6% 증가한 399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영업이익도 367억원으로 30%나 늘었다.

음료부문 역시 매출은 5% 증가한 3500억원, 영업이익은 13% 늘어난 53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생황용품과 음료사업 선방에도 부진은 좀 더 이어질 전망이다.

전 연구원은 "면세점 판매 부진이 오래 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올해는 물론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까지 더 낮춰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이 저성장뿐아니라 저수익성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LG생활건강 사상최대 실적 행진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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