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찰젠더연구회 세미나 … 온라인 여경혐오 분석 “성별 이중 잣대 심해”

“실습생이라 뒤에 있는 건데도 여경이라 뒤에 빠져 있다고 시민이 욕하지 않을까, 일처리 중에도 여경 못한다고 동영상 찍지 않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일각에서 ‘대림동 여경사건’이라고 불렸던 대림동 공무집행방해 사건 이후 온라인 여경 혐오가 확산된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 관련 기사 분석 결과, 일반적인 경찰 관련 기사는 특별하게 관심을 받는 일이 적었지만 여경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 기사에는 내용과 상관없이 악플이 달리는 등 여경 혐오가 두드러졌다. 이는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지며 실제 경찰관들의 직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2일 서울 용산구 경찰청 교육장에서 열린 ‘여경(女警): 여경(餘警) 아닌 여경(如警)으로' 토론회에서는 여경의 현재를 짚어보고 발전적인 미래를 모색하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해 대림동 경찰공무집행방해 사건에서 여경 혐오가 심각해지자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한 경찰젠더연구회가 주관했다.

'온라인 여경 혐오가 여경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서울지방경찰청 강승연 경장은 "2018년 부산경찰 오또케 사건, 무릎 대고 팔굽혀펴기 논란, 2019년 대림동 공무집행방해 사건 등을 거치며 온라인 여경혐오가 확산했다”면서 “온라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경 이슈와 여경 혐오성 댓글은 여경들의 실제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 경장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1개 중앙 일간지와 지상파 방송 3사, YTN 언론 보도에서 '여경'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나온 총 460여건 기사 중 여경 이슈와 관련이 높고 댓글이 50개 이상 달린 기사의 댓글들을 심층분석했다.

댓글의 특징은 성별에 따른 이중잣대가 심각하다는 점이었다. 남성경찰이 관련된 비난 기사에 대해선 남경 전체로 이슈를 확대하거나 남경의 존재 자체를 비난하지 않지만 여경 관련 기사 댓글에선 모든 여경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쪽으로 댓글이 달렸다. 남경의 경우 피의자를 힘겹게 체포할수록 응원받거나 체포당하는 사람이 비난받지만 여경이 힘겹게 체포하는 경우에는 여경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식이다.

온라인상에서 표출되는 여경 혐오가 실제 여경들의 직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림동 사건이 발생한 시기에 임용된 여경 5명과 이미 현직경찰로 활동하고 있는 여경 7명을 각각 그룹인터뷰했다. 인터뷰 참가자들은 온라인 혐오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일상적 위축을 경험하고 있었다.

인터뷰 참가자들은 “온라인에서 여경 논란이 일 때마다 쏟아지는 비난성 댓글이 실제 다수의 여론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면서 “남경은 누구나 못하는 일에 대해 못한다고 말해도 크게 비난받지 않지만 여경은 누구나 힘들어 할 일에도 여경이라는 이유로 비난받을까 봐 힘들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경 관련 문제에 대해 남경들이 주도권을 가지게 되거나 여경에 대한 조직 내 편견 때문에 여경들끼리는 서로 뭉치지 못한 채 파편화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인터뷰 참가자들은 “여경 자질 논란이 있을 때마다 남경이 괜찮다라고 하면 안심이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조직에서 비난받는 여경과 다른 여경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몰젠더적 치안정책과 여성경찰관의 지위'에 대해 발표한 서울지방경찰청 주명희 경정은 "경찰청의 정책을 살펴보면 젠더 폭력이나 여성 대상 범죄가 발생하면 여경을 내세운 해결책을 제시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지는 않은 채 흐지부지되는 방식이 반복됐다”면서 “여성경찰관에게 여성성의 이미지만을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 직무집행에 여성성과 남성성을 함께 고려한 새로운 경찰의 직무가치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예람 경찰대학 경정도 "여경은 '진짜 경찰'로 인정받기 힘든 구조 속에서 소수 집단으로 존재해왔다"면서 구성원을 성별에 따라 구분하는 관행이 일반화된 데 따른 부작용을 비판했다.

이지은 경찰젠더연구회 회장은 “여경이기 때문에 뭘 할 수 있고, 여경임에도 불구하고 뭘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증명해내야 하는 것에 지치는 것이 여성경찰관”이라면서 “젠더 이슈를 고민하는 경찰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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