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진공 추가출자 추경에서 빠져 … 통합당, 지역민원으로 평가

해운재건을 위해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대한 출자금 증액이 여야 대치정국에서 정쟁의 희생양이 됐다.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3차 추가경정예산에서 해진공에 대한 추가 출자금 3000억원 국비지원이 무산됐다. 이로써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에 놓인 중소 중견선사에 대한 지원이 어렵게 되고, 해진공 기능 강화를 위한 자본금 증자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지난 1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HMM 함부르크'호 명명식 행사가 열렸다. HMM 함부르크호는 해운재건 정책에 따라 해양진흥공사가 뒷받침한 선박금융으로 발주한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 중 일곱번째 건조된 선박이다. 사진 HMM 제공


◆야당도 해진공 자본금 5조원 증자 제기했지만 = 5일 해진공에 따르면 해진공 자본금 추가 출자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해진공은 법정자본금 5조원보다 부족한 2조9000억원 규모 자본금으로 2018년 7월 출범했다.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선박금융을 담당하는 정책금융기관을 설립하겠다는 시도가 박근혜정부에서부터 시작돼 문재인정부 출범 1년 뒤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해진공은 출범하면서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적해운기업을 대표하게 된 HMM(현대상선의 새 이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와 선박배출연료에 대한 규제와 구조조정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소 중견해운기업들의 자금수요에 적극 대응했다.

HMM은 해진공이 뒷받침한 선박금융의 도움을 받아 6m 길이 컨테이너 2만4000개를 실을 수 있는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 지난 1일 일곱 번째 선박을 운항에 투입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HMM의 해운동맹(얼라이언스) 개편 등과 상승효과를 내면서 실적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해진공 금융지원 대부분이 HMM에 치중되면서 다른 중소 중견해운기업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됐다. 코로나19로 해운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필요성도 급격히 커지면서 자본금 추가 출자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됐다.

해진공은 코로나19 지원을 위해 올해 사업예산보다 4400억원을 추가지급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해 6가지 코로나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해진공 관계자는 "4400억원 추가 지원프로그램 효과는 66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추가 지원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선박매입 후 재용선(S&LB), 해운기업 회사채 인수 등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추가출자금 3000억원은 이런 단기자금수요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해진공의 기능을 확대 강화하는 요구 등을 반영한 결과였다.

해운재건의 시급성, 해진공 기능강화, 해진공 자본금 확충 등에 대해서는 야당도 이견이 없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해진공 자본금을 5조원 추가해 10조원 규모로 늘리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미래통합당 부산시당은 해운을 포함 해양산업이 집중된 부산을 해양특별시로 추진하는 공약도 내놓았다.

이런 흐름을 타고 추경예산 심의과정에서 정부안에 더해 최인호(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구갑) 의원은 해진공 출자금 3000억원 국비지원안을 제출했지만 미래통합당이 '지역구 예산안 끼워넣기'라며 제동을 걸어 추경안에 포함되지 못 했다.

최 의원은 "미래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해진공 자본금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는 것을 공약했는데 이를 망각하고 해진공 본사가 부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규 출자를 지역구 예산으로 호도하며 왜곡된 주장을 했다"며 "해운업계와 간담회, 현장방문 등을 통해 해운업계 생존과 해진공 신규 출자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 3차 추경에서 784억원 확정 = 한편, 해수부는 이번 3차 추경에서 코로나19 피해지원 등을 위해 784억원의 추가지출 예산을 확보했다.

우선, 수산물 소비촉진과 수출지원에 261억원을 추가로 마련했다. 이를 통해 먼저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전통시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20% 할인 쿠폰 발급 등을 지원(210억원)한다. 주요 할인대상 품목은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수면 양식어종과 여름철 고수온·적조로 조기출하 지원이 필요한 어종, 추석 명절 기간 동안 수요가 높은 제수용품 등을 선정할 계획이다. 1인당 최대 1만원 한도에서 할인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수산물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등 주요 수출국을 대상으로 비대면 유통망을 활용한 판촉비 등도 지원(51억원)하기로 했다. 다음달부터 국내 수산물 수출업체 100여곳의 다양한 제품들이 해외 온라인 전자상거래 누리집과 홈쇼핑 방송 등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그린뉴딜을 위한 친환경선박 등을 도입하는 데도 91억원을 확보했다. 이번 추경에서는 어업지도선 2척, 순찰선 2척, 수산자원조사선 2척 등 6척의 설계비 31억원이 반영되었다. 기존 경유 연료 사용 선박을 하이브리드 선박으로 교체하면 미세먼지,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 발생이 약 30% 가량 감축된다. 지역 중소조선업계의 수주난을 해소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다 원양어선 안전 확보를 위한 원양어선 안전펀드 예산도 60억원 확보해 노후 원양어선 2척의 추가 대체건조도 추진하기로 했다.

재해예방을 위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확대를 위한 382억원도 추가했다. 울산신항 남방파제 등 축조(240억원) 등 이번에 편성된 4개 사업은 주요 항만지역 중 노후화된 기반시설을 개선하거나 방파제 보강 등을 통해 항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들이다.

해수부는 또 어촌 관광 활성화에도 6억원을 추가 마련했다. 어촌체험휴양마을의 갯벌체험, 선상낚시, 숙박 등의 관광상품을 이용하는 국민에게 30% 할인혜택(최대 3만원)을 제공하는 사업에 사용한다.

정연근 곽재우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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