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KB국민은행의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6월 기준 전국 아파트매매 가격은 4억200만원으로 1년 전 3억6500만원에 비해 대략 9.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8억1300만원에서 9억2500만원으로 13.8% 급등했다. 그런데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사실상 0.01% 하락했다. 언론에서는 주택가격이 상승한다고 난리인데 소비자물가는 하락했다니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왜 주택가격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일까?

소비자물가 조사품목은 460개다. 그런데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주택가격은 자본적 지출이라는 이유로 조사품목에서 제외되었다. 다만 집세 관련해서는 전세와 월세 2개 품목을 포함시켰다. 조사표본은 1만여 가구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3년간 서울아파트가격이 52%나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한 3년간 전월세가격지수는 0.6% 상승에 불과했다. 주택가격변동을 소비자물가에 제대로 반영시키기 어려운 구조다.

아파트 매매가 반영한 소비자물가 지수는 2.0% 상승

주택가격을 소비자물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다른 정책결정도 왜곡된다. 지난 5월 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p 추가인하해 사상 최저 0.5%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다. 주택가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0.3% 하락하자 이를 명분으로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그 결과는 작년 12.16 부동산대책 이후 가까스로 잠재웠던 아파트가격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정부의 원상회복 약속만 믿고 기다리던 무주택 서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임금협상이나 각종 연금인상 등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 지수에 경제 실상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택가격이 소비자물가에 제대로 반영되었더라면 임금인상이나 각종 연금안정을 위해서라도 주택가격안정에 총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신뢰를 제고하고, 서민가계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가격을 소비자물가에 반영시켜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도 주택가격을 귀속임대료(imputed rent) 방식으로 소비자물가에 포함시키고 있다. 귀속임대료란 자기 소유 주택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동일한 주택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임차했다면 매월 지불할 것으로 예상되는 임대료다. 주택가격을 소비자물가에 포함시킨 일본의 주택임대료 가중치는 17.8%, 그중 귀속임대료가 15.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의 전월세 가중치는 9.4%로 일본보다 훨씬 적다. 우리 통계청도 자가주거비를 귀속임대료 방식으로 소비자물가의 보조지표로 작성하고 있다. 귀속임대료 가중치는 전체의 20% 수준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통계청이 산출하는 자가주거비 지수는 주택가격 변동을 별도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전월세가격지수를 그대로 원용한다. 결국 주택가격을 귀속임대료 방식으로 소비자물가에 포함시키더라도 표본조사의 한계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주택가격 변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에 포함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주택가격 변동을 소비자물가에 반영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KB국민은행의 1년간 전국아파트 매매가격상승률(9.9%)을 적용해 소비자물가를 다시 계산한다면 전체 소비자물가는 2.0%(20% 가중치 × 9.9% 상승률/100) 수준 상승한 것으로 나온다. 이렇게 소비자물가가 상승으로 전환되었다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 정부의 거시경제정책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주택가격·집세 조사, 표본조사 아닌 실거래가격으로

통계조사의 한계는 IT 기술을 이용해 해결할 수 있다. 소 사육두수 조사 시 과거 통계청의 표본조사에 의존했으나 지금은 300여만두 전 개체의 소 이력제 자료로 대체했다. 그 이후 통계오류 논란도 사라졌다. 주택가격이나 집세조사도 논란이 많은 표본조사보다 실거래가격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도 금리결정 시 불완전한 소비자물가보다 주택 실거래가격을 중시해 거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환자의 증상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실거래가격이라는 지표가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처방전을 발행해서는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