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식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

지난 7월 1일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이 제시됐다. 노동계는 16.4% 인상, 경영계는 2.1% 삭감을 제시해 올해도 예전처럼 입장차가 크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어려운 시기임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국민 누구나 주변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경영난에 힘겨워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러한 특별한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지난 6월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미래경제문화포럼에서 최저임금이 2~3년간 급격히 올라 역풍을 맞았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기, 일자리 유지 급급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정부지원제도는 단연 고용유지지원금이라 할 수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의 신청건수는 6월 30일 현재 기준 지난해 1년간 신청건수(1514건)보다 약 50배 많은 7만3528건이 접수됐다. 5월 실업자수도 128만명으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악의 경기 앞에서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일자리 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근로자들도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에 만난 한 대학생은 3년간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어졌고, 설사 일할 곳이 있다 해도 일할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다시 또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마저도 사라질까봐 걱정이라고도 했다.

현재 팬데믹 위기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이다. 비록 주요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대처를 잘하고 있지만, 수출 등 대외경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 위기를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 중소제조기업의 올해 5월 기준 가동률은 66.2%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하고 있으며, 제조현장은 일감 자체가 줄어들어 근로자들이 더 일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은 계속되는 경영난에 올해 1분기 대출액이 약 51조원에 달해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는 중이다. 대출을 끌어와 겨우 버티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막막하기만 하다.

근로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근로자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절반 이상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현장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할 수 있는 대답일 것이다. 필자는 이 같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응답 속에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지키려면 노사가 고통분담을 통해 함께 가야 한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직원을 가족같이 대우하려 애쓴다. 더 나은 임금과 복지는 경영자의 목표이자 자랑거리이며 자존심이다. 3년간 30%가 넘는 최저임금의 인상 속에서도 우리 중소기업인들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고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이는 경영자와 근로자의 잘못이 아니고 불가항력적 재앙이기에 노사가 한마음으로 극복해내는 수밖에 없다.

생존의 터전 지킬 수 있는 최저임금을

이런 의미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노사 모두를 벼랑 끝으로 내몰 트리거가 되지 않아야 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그리고 근로자가 함께 사는 생존의 터전을 지켜내려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