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활동도 보장 안돼”

그룹노조연대, 사례발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포기’ ‘노동법 준수’ ‘노동3권 보장’을 약속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삼성노동자들은 “달라진 게 없다”고 평가했다.

한국노총 삼성그룹노조연대는 안호영 의원(민주당·전북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과 함께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삼성노동자 현장 사례발표’를 했다.

오상훈 삼성화재노조 위원장은 ‘이재용 사과 이후 현장의 상황’이라는 발제를 통해 “이 부회장 사과 성명이후 두 달 동안,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서 인내하고 기다려왔다”면서 “하지만 노조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노조활동 보장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최근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면서 ‘이 부회장측으로부터 노조에 대한 언질’이 있는지 물었지만 “아무 지시도 없었다” “이 부회장과 삼성화재는 별개”라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했다.

오 위원장은 “삼성의 실질 오너는 이 부회장이고, 각 계열사는 이 부회장과 그 가신들이 실질적인 지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계열사에서는 뻔뻔하게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답변만 한다”고 말했다.

그 사례로 우선 노조 홍보활동 보장이 전혀 없음을 들었다. 사내메일을 사용한 것에 대해 ‘허락없이 활용하지 말 것’ ‘사규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주장이다. 오 위원장은 “사내 일반 동호회나 직원협의회는 사내 포탈을 자유롭게 사용하지만 유독 노조에만 징계 운운하며 사용을 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각 계열사 대표이사는 노조와의 공식교섭에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노조의 자료요구 등 기본사항을 거부하면서 교섭을 해태 지연,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노조가 설립된 지 반년이 다 됐지만 신설 노조위원장의 노조전임시간 배정(타임오프)은 물론 사무실, 집기비품도 못 받고 있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선언은 허구일 뿐”이라며 “재판형량을 줄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했고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언론플레이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최원석 위원장은 “삼성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조의 과반수 조직화를 방해하거나 특정인들을 위한 선거규정을 둬 참여 못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노노갈등을 교묘히 조장해 노사협의회로 하여금 노동조합 힘을 빼고, 노조를 탄압 파괴하는 방패막이 도구로 악용하는 등 지능화된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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