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구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속리산국립공원은 지리산 한려해상 경주 계룡산에 이어 1970년 설악산, 한라산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다섯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속세를 떠나는 산’이라 하여 불교와 깊은 인연으로 법주사를 비롯한 많은 불교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또한 세조가 정상에 올라 글을 읽었다는 문장대를 비롯해 화양동, 쌍곡계곡이 소나무와 어울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산 정상 탐방 문화에서 벗어나

속리산은 남한지도를 놓고 보면 한가운데 위치한다. 이러한 이유로 1990년대 이전까지는 신혼여행과 수학여행 일번지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 교통발달과 여행문화의 변화로 과거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여전히 전국 22개 국립공원 인지도 조사에서 상위(2019년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 속리산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맞았다. 30여년간 국립공원을 관리한 경험으로 바라보면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첫째, 시각의 변화다. 과거 국립공원은 경관을 구경하고 이용하는 관광지였지만 지금은 후세에 물려줘야 할 중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생물종의 약 43%,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의 65%가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며 이를 재산 가치로 따지면 103조 원(2013년 연구자료)에 이른다고 한다. 앞으로 생물자원의 중요성과 가치는 점점 더 커져 갈 것이다.

둘째, 이용문화의 변화다. 과거엔 산 정상을 가보지 않으면 다녀왔다 말할 수 없었다. 최근 국립공원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사찰관람과 산책을 위해 찾아오는 비율이 6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힐링 장소로 변한 것이다. 이러한 탐방문화를 반영한 속리산 ‘세조길’은 대표 탐방로가 되었고 이곳을 산책하기 위해 찾아오는 탐방객이 80%에 이른다.

셋째, 관리방법의 변화다. 과거 국립공원공단의 역할은 쓰레기 수거, 화장실 등 편의시설물 관리와 규제·단속이 주 업무였다. 지금은 국립공원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고 체험하고 이용하려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생태복원 자연해설 자원봉사 등 국민이 참여하고 소통하며 함께하는 국립공원 관리를 지향한다.

마지막으로 역할 변화다. 자연공원법에 의한 규제는 탐방객뿐만 아니라 사유재산을 가진 주민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제도개선을 통해 토지매수 청구, 주민지원 사업, 주민의 공원관리 참여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불만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앞으로 이러한 숙제를 해결하고 국립공원 내 주민으로 사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게 될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자연과 디지털이 접목하는 변화 모색

금년엔 코로나19로 인해 국립공원도 탐방객수가 약 20% 감소하는 등 세계적 생활 변화를 피해 갈 수 없었다. 국립공원에서도 감염예방을 위해 ‘탐방 거리두기’ 캠페인과 인터넷, SNS를 통해 ‘슬기로운 랜선탐방’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그간 시대 흐름에 의한 변화였다면 앞으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자연과 디지털이 접목되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초현실 초연결이 주도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간의 생활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모든 것이 변해도 언제나 변함없는 자연을 간직한 속리산국립공원으로 남을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리며 그 초석이 되는 50주년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