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보라인' 인사청문 요청안 제출

"국정원장 적임 아니다" 박지원 집중 타깃

문재인 대통령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지원 후보자에 대해 여권이 능력을 고려한 '탕평인사의 전형'으로 평가한 반면, 미래통합당은 '국정원을 망치는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 화력을 집중 하겠다는 의미이다. 과거 독재정권에 대한 칭송, 두 딸의 외국 국적 등이 주요 이슈로 거론된다.

인사청문회 준비하는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오후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해 국회에 제출했다. 문 대통령은 요청안에서 박 후보자에 대해 "남북 분단 이래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숨은 주역"이라며 "남북화해의 첨병 역할과 30여년간의 정치활동을 통해 얻은 전문성과 경륜을 살려 국가정보원이 국민의 신뢰를 토대로 해외 유수의 정보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진 정보기관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탁월한 협상 능력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통일부 장관으로서 조직을 관리하고 남북관계를 창의적으로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요청안을 접수하고 20일 안에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오는 27일을 기한으로 청문 경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국회가 시한까지 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을 경우 10일 이내 범위에서 재송부를 요청하고, 그 후에는 적격여부와 무관하게 임명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북미관계의 활로를 열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의 안보라인에 대한 패키지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지명에 관심이 쏠렸다. 정당은 물론 정치적 지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방송인터뷰에서 "국정원 개혁에 대한 대통령 의지가 읽히는 '탕평인사의 끝판'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소통을 고려한 인사라는 평가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을 위해 정의용 임종석(이상 외교안보 특보) 서훈(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에 범여권의 가용자원을 망라한 외교안보라인을 동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대위 발언하는 주호영 |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범여권의 전력투구에 미래통합당은 '국정원장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박 후보자가 북한을 상대하고 최고의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의총에선 박 후보자 부적격론이 강하게 대두됐다. 후보자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통일부장관이면 모르겠으되 북한을 상대하는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는 안 맞다"(주호영 원내대표) "북한인권법에 반대한 것, 천안함 폭침을 북한 소행이라고 한 번도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하태경 의원) 등 날선 반응을 내놨다.

여기에 박 후보자의 과거 전력과 자녀의 국적 문제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1980년 뉴욕한인회장으로 있으면서 전두환을 칭송하고 1982년 훈장(동백장)을 받았다. 박 후보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미국교포 중에 돈도 많고 제일 잘나갔다. 전두환, 전경환에게 깊숙이 빠져 있었다"면서 "이후 DJ를 만나 무릎 꿇고 과거를 반성하며 함께 가겠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4억 5000만달러 대북송금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았던 점도 거론한다. 통합당은 또 박 후보자의 두 딸이 미국 국적을 보유한 점, 재산변동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할 계획이다.

통합당 안에서는 이번 청문회가 21대 국회 개원협상 등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복귀한 상황에서 원내전략의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문회에서 인사 난맥상을 최대로 끌어올려 원내리더십 회복과 여권의 약한 고리를 공격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여야 합의로 선출하도록 돼 있는 정보위원장 문제가 변수로 남아 있다. 국회부의장 지명을 포함해 정보위 구성이 지연되면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도 오는 20일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명환 이재걸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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