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네 탓' 책임 돌리지만 선관주의 의무 소홀 '문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놓고 NH투자증권과 예탁결제원의 책임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사모펀드 문제를 놓고 서로 네 탓이라며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판매사와 수탁사, 사무관리회사 등 이해관계자들 또한 사모펀드 문제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습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 펀드 주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이 자산운용사의 요청에 따라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종목명을 변경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예탁원은 변경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옵티머스가 최초에 지정한 종목명을 입력했을 뿐 변경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옵티머스는 안정성이 높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매수, 운용하는 상품이라고 홍보하면서 해당 자산의 '종목명'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인식될 수 있는 명칭을 사용했다. 그런데 옵티머스 펀드의 기준가격을 산정하는 사무관리회사인 예탁원이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단 비판을 받고 있다.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들은 예탁원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이들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명시된 펀드명세서가 없었다면, 우리도 사기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펀드명세서를 보고 펀드를 추가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는 펀드 투자자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예탁결제원이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이름을 변경해 펀드명세서에 등록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NH투자증권은 영업점 직원들에 보낸 안내문에서 "투자금 회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탁은행과 사무수탁사 과실에 집중하고,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에 법적인 책임을 지우겠다"고도 했다. 현재 NH투자증권은 예탁원과 수탁기관인 하나은행에 대해 이번 사태의 책임과 관련한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예탁원은 사무관리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돼 있어 애초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무관리사는 운용사의 실제 운용 자산과 기준가격 산정에 필요한 자산을 대조할 의무가 없다는 얘기다. 예탁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요청대로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이름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종목코드 생성을 위해 자산운용회사가 최초에 지정한 종목명을 입력한 것일 뿐, 기존의 종목명을 다시 변경한 것은 아니다"라며 "옵티머스 운용책임자로부터 사모사채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실질이 있고 복층구조라는 설명을 듣고 요청내용대로 입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자산운용회사가 투자자, 판매사 제공 등을 위해 자산운용내역에 관한 자료 작성 시, 그 작성방법은 자산운용회사가 임의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에는 "사무관리회사는 매월 신탁회사와 증권 보유내역을 비교해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증빙자료를 보관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는 투자신탁이 아닌 투자회사와 관련해 도입된 것이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없다는 게 예탁원 측의 주장이다.

펀드는 형태에 따라 투자회사(뮤추얼펀드)와 투자신탁으로 구분한다. 옵티머스 펀드는 투자신탁이다. 그런데 국내 펀드는 투자신탁이 90% 이상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허술한 사모펀드 검증 체계로 인해 발생했다"며 "금융당국 판매사 수탁사 사무관리회사가 있었지만 수천억원 규모의 펀드가 팔려나가는 동안 아무도 투자자산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옵티머스 측이 예탁원에 보낸 서류 가운데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무보증 사모사채 인수계약서가 첨부됐는데도 예탁원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고 판매사들 또한 검토하지 않았다.

이에 펀드 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수탁사로서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 선관주의의무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판매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가 자본시장 시스템의 허점을 노골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탁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안일한 행태도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계기로 사무관리회사의 책임 소재도 명확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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