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 연구전문 기관으로 … '예비 유니콘 기업(회사 가치 1천억원 이상)' 육성에 매진

"그린뉴딜 시대에는 환경기술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와 달리 환경비용을 제대로 반영하는 추세고,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을 무시하는 기업은 고립될 수밖에 없죠. 보다 적극적으로 환경기술연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6일 유제철(56)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은 '현장에 바탕을 둔 적극적인 사고의 전환'을 강조했다. 공급자들이 원하는 기술개발이 아닌 실제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항들에 중점을 둬야 '환경 유니콘 기업'도 탄생할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환경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전문성은 필수다. 유 원장과의 인터뷰는 6일 서울 불광동 한국환경산업기술원(기술원)에서 이뤄졌다.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 실장(2018년 2월 ~ 2020년 1월) △환경부 대변인(2016년 7월~2018년 2월) △제29대 대구지방환경청장(2015년 8월~2016년 7월) △환경부 국제협력관(2013년 6월 ~ 2014년 8월) 사진 이의종


■코로나19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경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추경에서 이러한 점을 반영해 미래환경산업육성융자 등에 2000억원이 배정됐다. 미래환경산업육성융자 사업은 이번 추경에서 환경 분야로는 제일 규모가 크다. 올해 초 편성된 정책융자금은 2709억원으로 약 500개 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

나아가 이번 추경으로 약 400개 기업이 추가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미래환경산업육성융자에는 새롭게 녹색전환 분야가 추가돼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공정 개선과 설비 교체 등에도 융자가 가능해졌다.

기술원은 유망 환경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지원 사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1년간 기업당 최대 3억3000만원을 지원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지원 규모를 지난해보다 50%이상 늘려 42곳에 103억3000만원을 투입했다. 이번 추경으로 약 277억원을 추가 확보해 약 90개 기업을 더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인천에 있는 환경산업연구단지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겠다.

4월 당시 입주기업 9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조사 응답기업 62개사 중 47개사)가 '△영업활동 애로 △계약 취소·연기 △부품·자재수급 애로 등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입주기업 임대료를 최대 50%(약 5억2000만원)까지 감면해줬다. 예산 2억원을 들여 입주기업의 신규 채용 인력에 대한 인건비 일부를 6개월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입주기업의 판로개척 지원 확대의 일환으로 환경표지 녹색인증 신기술 등 주요 인증 취득시 필요한 비용을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환경산업연구단지 입주기업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우고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도록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유관기관 협력을 강화하고 입주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지원방안을 마련 중이다.

■환경 기술 개발에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됐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스타 기업이 없는 게 현실이다.

기술원은 정부의 그린뉴딜의 성공을 위해 환경기업에 대한 단계별 지원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신규 사업으로 중기부와 협력해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기업 등 녹색 신산업을 선도할 기업 100개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환경부와 중기부가 각각 50개사를 선정, 이들 기업에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3년간 최대 30억원까지 지원한다. 또 에코스타트업 창업 지원을 통해 유망 사업화 아이템을 보유한 창업기업에게는 녹색산업에 특화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 서비스 전문성 및 창업 효과성을 높이려 한다.

올해는 특히 중점지원 녹색산업인 청정대기분야, 생물소재분야 등에 사업화자금을 지원해 기술사업화 장애요인을 신속하게 해결할 방침이다. 이런 지원을 통해 환경 분야에서도 기업가치가 1,000억원 이상인 예비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시장에서 필요로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기술원도 과거 기술 공급자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수요자 맞춤형, 국민 참여형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러한 변화가 환경기술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환경기술개발 사업이 경제발전을 위한 환경적 사후관리와 환경기술 경쟁력 확보에 힘썼다면 지금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연구개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 확보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즉 단순한 연구개발(R&D, Re-search and Development)이 아니라 문제해결형 연구개발(R&SD, Research and Solution Development)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기술원은 환경 이슈의 변화에 대응하고 과제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환경기술개발 사업기획·평가 및 관리·사업화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등 환경 현안 해결형 과제를 발굴 중이다. 국민이 느끼는 현안을 수렴하기 위해 상시 기술 수요조사도 실시한다. 평가 및 관리 단계에서는 과제 선정평가에 참여한 위원 중 일부를 연차평가 및 최종평가에 재참여토록 해 평가의 연속성을 확보하여 연구과제에 대한 관리역량을 높였다.

또한 2013년부터 국민배심원단을 운영 중이다. 국민배심원단은 국민이 공감하는 환경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위촉된 일반국민으로, 과제 평가의 전 과정을 참관하고 감시함으로써 평가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기술개발은 궁극적으로 인간이 편리하면서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그런 면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참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피해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문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이 처음부터 원활하고 만족스럽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국회와 시민사회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 덕분에 피해지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 계획이 처음 시작된 2014년에만 해도 가해기업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전제로 하여 엄격한 조건 하에, 건강피해가 인정된 경우에 한해 지원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지급되는 지원금의 종류도 의료비와 장의비로 제한적이었고 초기에는 지원 대상 질환이 폐손상 한가지였다. 하지만 요즘은 태아에 대한 피해, 천식, 간질성폐질환, 기관지확장증, 폐렴이 대상 질환에 추가됐고 의료비와 장의비 뿐 아니라 중증피해자에게는 요양생활수당과 간병비까지 지급함으로써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 지원 중이다.

기술원의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는 6782명의 피해 인정신청을 접수받아 6044명에 대한 판정을 마쳤고 그 결과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입었음을 인정받은 2298명에게 지난 5월까지 537억원을 지급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확대를 위하여 환경부와 기술원 모두 애쓰지만 신속한 피해구제가 절실한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언제나 늦은 감이 없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과 조속한 일상 복귀를 위해 노력하겠다.

대담 문진헌 정치사회편집위원
정리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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