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비율 상승, 2·3등급 하락 … 고3·졸업생 차이는 예년 수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고3 학생간 학력격차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3 학생과 졸업생 간의 성적 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으나 큰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8일 발표한 '2021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에 의해 확인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수능 모의평가가 시행된 6월 18일 오전 서울 상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채점결과에 따르면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영어에서 상하위권 간 격차가 벌어졌다. 교육계에서는 등교개학 연기와 원격수업으로 재학생 간 학력격차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분석이 가능한 것은 영어의 경우 절대평가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상대평가인 국어 수학 탐구과목들과 달리 영어는 90점 이상이면 1등급 등 점수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절대평가라 등급별 비율이 달라지는 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

반면 상대평가는 1등급 4%, 2등급 11% 등 등급별 비율이 고정돼 상위권·중상위권 간 격차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


◆영어 1등급 수능보다도 증가 =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는 1등급 비율이 8.7%로 지난해 수능 때의 7.4%보다 증가했다. 반면 2~3등급은 지난해 수능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2등급은 16.2%에서 12.1%로 줄었으며 3등급 비율도 21.9%에서 16.7%로 감소했다. 4등급 비율도 18.5%에서 16.0%로 줄었다. 지난해 6월 모의평가(7.8%)와 비교해도 0.9%p 상승했다. 반면 2등급(80점 이상)은 12.1%로 지난해 모의평가(13%)에 비해 0.9%p 떨어졌다. 3등급(70점 이상) 역시 16.7%로 같은 기간 17.5%에서 0.8%p 하락했다.

이런 결과는 예년 경향과 차이를 보인다. 종로학원하늘교육 분석에 따르면 2018~2020학년도 수능 영어의 경우 전년보다 쉽게 출제돼 1등급 비율이 증가하면 2~3등급 비율도 같이 증가했다. 1등급 비율이 줄면 2~3등급 비율도 함께 감소했다. 물론 재수생 성적 영향 등 통계 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고3이 응시생의 85.9%, 졸업생이 14.1%인 점을 감안하면 고3 내에서 격차가 상당히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시험이 쉬웠다면 상위권과 중상위권 비율이 동반 상승해야 하는데 1등급 비율은 늘어난 반면 2·3등급 비율은 감소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는 2017년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 후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매년 4월에 실시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성적 변화를 추적한 결과에서도 올해 고3 학생들 안에서 학력격차 현상이 발견됐다.

4월 학평은 재학생만 응시하고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한다. 분석 결과 올해 4월 치러진 학평에서 수학 가형과 나형의 평균점수는 원점수 기준으로 각각 46.2점, 41.8점으로 2016년 이후 최저 점수였다. 국어는 60.5점으로 전년(61.8점)보다는 낮아졌지만 2017년 58.9점, 2018년 54.6점보다는 높았다. 인문계 학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나형과 국어는 상위권(1~3등급)과 하위권(7~9등급)의 격차도 최근 5년 사이 최대인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4월 학평에서 상위권과 하위권의 점수 격차가 수학 나형은 68.9점, 국어는 61.4점이었다. 수학 나형에서 30점 미만을 받은 학생 비율은 42.8%로 역시 5년새 최대를 기록했다.

임 대표는 "상위권 학생들은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 와중에도 학습 패턴을 유지,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며 "반면 중상위권 이하는 원격수업에 따른 집중력 하락, 등교 연기에 따른 진도 차질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상위권 학생은 고 1·2학년 때 이미 영어 과목을 마스터하지만 중상위권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며 "영어에서 시작된 학력격차가 다른 과목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수능 출제기조 예년수준 유지할 것" = 또한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영역은 139점, 수학 가형은 143점, 수학 나형은 140점이었다. 지난해 수능에 비해 국어는 1점, 수학 나형은 9점 각각 하락했다. 반면 수학 가형은 9점 올랐다.

표준점수는 학생의 원점수가 평균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나타내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평균이 낮아져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가고 시험이 쉬우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내려간다.

즉 국어와 수학 나형은 작년 수능 난이도와 비슷하거나 쉬워졌지만 수학 가형은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국어영역은 1등급 커트라인이 132점으로 지난해 수능(131점)보다 1점 올라 비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등급을 맞은 학생 비율은 4.41%로 지난해 수능(4.82%)보다는 소폭 축소됐다. 반면 만점자(표준점수 최고점) 비율은 0.3%로 작년 수능(0.2%)보다 확대됐다.

자연계열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수학 가형의 1등급 커트라인은 132점으로 4점 상승했다. 1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은 5.01%로 작년 수능(5.63%)보다 줄었으나 만점자 비율(0.2%)도 0.4%p 축소됐다. 수학 나형은 135점까지 1등급을 받았다. 1등급 커트라인은 작년 수능과 같았으나 1등급 학생 비율은 4.54%로 작년(5.02%)보다 축소됐다. 만점자 비율은 0.2%에서 1.2%로 확대됐다.

사회탐구 영역은 1등급 커트라인 표준점수가 모든 과목에서 지난해 수능보다 1∼7점 높았다. 과학탐구 영역도 1등급 커트라인 표준점수가 작년 수능보다 모두 1∼8점 상승했다.

유성룡 에스티 유니타스교육연구소장은 "수험생들은 영역·과목별 점수가 등급 내에서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앞으로 어떻게 대비 할 것인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특히 모평 성적을 단순히 점수로만 보지 말고 영역·과목별 출제경향 등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6월 모의평가에 응시한 수험생은 39만5486명으로 집계됐다. 재학생은 85.9%인 33만9658명, 졸업생은 14.1%인 5만5828명이었다. 반수생, 재수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6월 모의평가의 졸업생 비율은 작년 6월 모의평가(14.8%), 작년 수능(28.3%) 때보다 줄었다.

6월 모의평가 결과 고3과 졸업생 간 성적도 이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졸업생과 재학생 간 성적 차이가 존재하는데 예년 6월 모의평가와 올해 모의평가 성적 차이를 비교해본 결과 예년 수준 내에서 성적 차이가 있었다"며 "수능에서도 차이가 예년보다 크게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능을 (예전보다) 쉽게, 어렵게 내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예년의 출제기조를 유지하면서 올해 수험생의 특이사항을 판단해 수능에서 적정 난이도로 출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폐쇄, 자가 격리 등의 이유로 인터넷 기반 시험이나 온라인 답안 제출 시스템으로 응시한 수험생은 500여명으로 파악됐다. 평가원은 이들에게 과목별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등으로 산출한 점수를 별도로 제공했으나 채점 결과에 반영하지는 않았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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