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

코로나19로 촉발된 언택트 문화와 기술의 발전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근무환경까지 급속도로 바꿔놓고 있다. 전통적 연락수단인 전화와 이메일에서부터 카카오톡, 줌(ZOOM)과 같은 화상회의 앱에 이르기까지 그 수단과 방법도 다양해졌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외 그리고 민간뿐만 아니라 공직사회에서도 일상화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최근 국내 기업 최초로 경력단절 없는 육아기 재택근무제 시행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노동법에는 없는 재택근무제

인사혁신처에 의하면 재택근무, 스마트워크 근무 등 비대면, 비접촉 근무방안을 담은 ‘2020년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이 지난 5월부터 46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재택근무 지원금을 신청한 근로자는 5월까지 1만9556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84명에 비해 약 230배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언택트 근무환경을 규정한 법제도는 매우 미비한 상황이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 어디에도 재택근무 원격근무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간 유연근무제라 하면 ‘근로시간’만 유연화하는 제도로 인식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는 제도는 정부 국회 등에서 수없이 논의되었고, 관련 규정도 비교적 상세히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근로장소’를 유연화하는 제도는 법적 규율 없이 사업장에서 재량적으로 시행되어 왔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까지는 재택근무제 원격근무제를 상시적으로 도입하는 사업장은 매우 드물었고, 도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부 직군, 일부 특수 근로자에 한하여 시행되었다. 고용노동부가 2019년 3월 발표한 ‘2017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하면, 전체 사업체의 재택근무제 도입율은 4.7%, 원격근무제 도입율은 3.8%에 불과했다.

재택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체의 제도 활용도 매우 미미했는데, 2017년 기준 활용실적은 평균 1.3명 정도에 불과했다. 법제도의 미비에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화했다. 재택근무를 도입할 때 필요한 절차는 무엇인지, 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근로자 개개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재택근무 시 회사 앱 사용을 강제할 수 있는지, 근태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실무상 수많은 질문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 법 규정은 없다.

3차·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관련 산업 비중 증대, 플랫폼 경제나 긱(gig) 이코노미의 발달로 인한 비대면 거래, 비대면 업무처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노동현장에서 재택근무 원격근무 도입이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고, 교육현장 의료 등에서도 원격교육, 원격의료 등이 시도되고 있는 만큼 사회적 문화적으로도 비대면 업무처리방식이 매우 익숙한 것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재택근무 가이드라인만으론 한계

정부가 긴급하게 ‘재택근무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는 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가이드라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택근무제 등과 같은 근로장소의 유연화 제도 법제화 필요성과 그 방안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새롭게 들어선 21대 국회에서 ‘언택트 근무’의 제도화를 위한 사회적 입법적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