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MZ세대는 1980년대 초 ~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 ~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현재 우리 사회 청년층인 2030세대가 이들이다. MZ세대는 풍족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부모세대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경제적 안정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경제적 자립과 조기은퇴를 추구하는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생활은 이들 세대의 경제적 행태를 대변하는 용어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세대로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아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나 카카오페이 같은 핀테크 서비스에 익숙하다. 이러한 관심이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위기를 기회로 간주하는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펼치는데,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의 주역이 바로 이들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과열 움직임도 이들 세대의 경제행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부동산시장 대출, 주식시장 이끄는 세대

M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저축보다 부채활용을 투자전략의 일환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 같다. 2018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자료를 살펴보면 30대의 대출액이 가장 많아 전체의 35.7%나 됐다. 주택자산이 중요한 가계의 자산축적 수단임을 고려해 더 오르기 전에 사두어야 한다는 불안심리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경제적 재무적 지식을 공유하는 데 익숙한 만큼 서로 정보를 교류하면서 집단화해 주식이나 부동산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30대의 주택담보대출 증대는 부동산가격 상승에 베팅한 투자가적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비해 빠른 주택마련을 위해 빚을 내 구매하는 행동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알다시피 주택 한채로는 현재의 주거서비스를 포기하지 않는 한 자산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주택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도 이들이 누리는 주거서비스 수준을 낮추고 자산을 처분하지 않는 한 꼬박꼬박 복리이자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빚을 지는 순간 소득변화 위험에다 주택가격 변화와 이자율 변화 위험을 추가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금융위기와 코로나위기로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황이라 시장은 향후 유동성 확대가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지속되더라도 부채 이후의 삶은 원리금 상환부담 때문에 녹록지 않을 것이다. 불안정한 경제생활로 삶의 피로도가 쌓일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들 세대에게는 빚과 관련해 더 좋지 않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그동안 잠가두었던 재정 곳간이 열리면서 정부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빠른 고령화를 고려할 때 사회보장지출의 확대로 인해 정부부채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코로나19 대응과 고령화로 발생한 사회보장지출 청구서는 바로 MZ세대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가 예전처럼 높은 성장률을 구현한다면 별 문제가 안되겠지만 혁신성장의 기로에 서 있는 현재의 우리 경제여건은 불확실하다.

우리 경제를 이끌 M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빠르게 증가한 가계부채 부담과 코로나19가 촉발한 재정적자, 즉 국가부채로 인해 소비지출이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비가 경제의 활력을 가져와야 하는데 빚 상환 문제와 고령화는 이들 세대의 소비지출을 더 옥죄어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과 국가부채 이중고 앞에 무방비 노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주택시장 안정이 시급하다. 가계부채 증가 원인은 주택시장 가격 불안정에 기인한 바 크다. 따라서 최소한 정부가 현재의 주택가격을 어느 선에서 안정화시켜야 이들 세대가 빠르게 빚 부담에 빠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국가부채 증가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재정건전성 유지는 향후 더 심각한 고령화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기초요건이다. 현재의 위기대응을 위한 지출은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향후 사회복지지출에서 재정효율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덧붙여 세대 간에 보다 적정한 부채분담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