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여론 갈수록 높아져도 '뒷전'

경찰개혁위원회 권고도 미적미적

시민단체·국회의원 토론회서 지적

문재인 정부가 경찰권력 분산을 강조하면서도 폐지 여론이 들끓고 있는 '정보경찰' 개혁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보경찰 개혁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회의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다.

◆정권 유지에 불법 일삼아 =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시민단체와 황운하 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 등이 주최한 '정보경찰 폐지와 보안경찰 축소' 등을 다룬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에 나선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권력지향적인 정보경찰이 정부 정책결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정보경찰 개혁이 안 되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정보를 독점 공급하는) 정보경찰의 달콤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와 황운하 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 등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보경찰 폐지와 보안경찰 축소' 등을 다룬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이은주 의원실 제공


정보경찰은 경찰청 정보국과 지방경찰청 정보과 등에서 일하는 경찰관을 말한다. 3000명이 넘는 정보경찰은 경찰법 등에 따라 치안정보 수집 및 분석, 작성과 배포 등을 맡고 있다.

정보경찰은 그동안 치안정보 수집을 빌미 삼아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사찰하고, 정치에 불법 개입했다. 대표적 사례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댓글 공작',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의 '정치관여', '불법사찰' 등이다. 또 박근혜 정부 때는 친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총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이런 폐해 때문에 현 정부 출범 이후 폐지 및 개혁 요구가 한층 높아졌다. 이에 따라 경찰개혁위원회가 2018년 △공공안녕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및 대응으로 기능 재편 △민간인 사찰 즉각 중단 및 기구 인력 대폭 축소 △다른 부처로 정책정보 수집 및 분석 이관 △신원조사 업무는 인사혁신처 등으로 이관 △인권침해 및 권한남용 때 형사처벌 규정 마련 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인원만 조금 줄였고, 청와대 역시 의지가 없다는 게 토론회 지적이다.

토론자로 나선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조차 아직 수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당장의 달콤함을 위해 정보경찰을 존속시킨다면 민간인 사찰과 정치 개입 위험성을 계속 방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보경찰 역할을 '공공안녕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및 대응'으로 제한하는 것도 애매한 해석으로 민간인 사찰 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검토한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 보고서도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정보'가 '치안정보에 비해 의미가 명확하기는 하나 개념의 외연이 지나치게 넓고, 정보경찰 활동의 한계를 설정하는데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 때문에 정보경찰을 아예 폐지하자는 여론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양홍석 실행위원은 "정보경찰을 개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통령령과 행정안전부령 개정"이라며 "하위법령을 개정해 조직을 대폭 줄이면 전체적인 정보활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경찰청 최종윤 경정은 정보경찰 개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폐지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최 경정은 "정책정보는 정책 추진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갈등 양상을 수집하고, 공공안녕 위험과 관련된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진행하고 있다"면서 "경찰개혁위 권고에 따라 3553명이던 정보경찰을 2952명으로 줄여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안경찰, 사찰에 악용 가능 = 이날 토론회에선 보안경찰 축소 방안도 제시됐다.

발제에 나선 장유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보기관개혁소위원장(변호사)은 "보안경찰은 보안 범죄 혐의가 있는 경우에만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면서 "특정 국민 혹은 단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해 감시 또는 사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국가정보원이 맡았던 간첩, 반국가단체 구성, 반국가목적행위 등 3대 중대사건을 경찰로 이관하기 위해 보안국을 질적으로 강화해야 하지만 비대화는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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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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