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폭우에 속수무책

1997년 침수 후 조치 없어

허태정 "근본 대책 강구"

2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대전지역 아파트 단지가 연이어 침수되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시가 더 이상 자연재해 안전지대에 안주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30일 물폭탄이 쏟아진 대전지역에선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 1층이 침수됐고 인접한 정림동 우성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침수됐다. 코스모스아파트에선 침수된 D동과 E동에서 주민 141명이 보트로 구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 침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인근 야산에서 몰려온 물의 양이 배수박스의 수용능력을 넘었다는 게 대전시 설명이다. 배수박스를 넘친 물은 도로 위로 흘러 저지대에 위치한 코스모스아파트로 몰려들었다.

이 아파트는 도로에 비해 지대가 3∼4m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날 중구 문화동엔 오전 4시 18분부터 1시간 동안 102.5㎜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대전 대표지점 공식 측정치로 따져도 7월 하순 기준 2000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이었다. 서구 정림동은 중구 문화동과 자치구는 다르지만 유등천을 사이에 둔 인접 지역이다. 이들 도심 지역은 보문산 등 대전 남부 야산들과 연결돼 있다.

여기에 침수된 D동과 E동은 이날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갑천에 붙어있다. 높아진 수위로 물이 갑천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가 막혀 버린 것이다.

지하주차장이 침수된 인근 우성아파트도 비슷한 위치에 있다. 이들 모두 산과 도심 하천 사이에 끼여 있는 모양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같은 사고는 지난 1997년에도 발생했다. 그 사이 이렇다 할 대책이 없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대전시와 서구청 등 지자체 관계자들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상황을 파악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전시 등이 수해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판단하고 있던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대전시는 대표적인 자연재해 안전지대로 꼽혀왔다. 대전시 등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풍수해로 사망·실종된 사람이 2명에 불과하다. 대규모 침수피해도 43년만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주택단지를 둘러싼 배수관련 위험지역은 집중호우가 유입되지 않도록 배수관경을 넓히고 수로를 확보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전시는 이 같은 지역이 얼마나 되는지 전수조사부터 시작해야 할 처지다.

한편 대전 등 충청권은 31일에도 살얼음을 걷고 있다. 코스모스아파트는 전날 물을 빼낸 상황에서 31일 오전 8시부터 군부대 등이 투입돼 청소 등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30일 오후엔 통제 중이던 동구 판암동 소정지하차도를 지나던 70대 남성이 물에 빠져 병원에 옮겨졌지만 오후 8시30분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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